초등생 브라질서 축구 유학“한국의 호나우도가 되겠다”12살 서성철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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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아직 부모에게 응석을 부려야 할 나이. 그러나 축구에 대한 원대한 꿈 때문에 부모 곁을 떠나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갔다.

서성철 (12.용산초등6년 휴학.사진) 군. 서군은 본격적인 '장기 축구유학 1호' 라 일컬을 만하다.

1년짜리 비자를 받고 나갔지만 길게 4~5년정도 축구유학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국내 축구지망생들이 브라질등 축구 선진국을 다녀왔지만 대개 3~4개월짜리로 그야말로 '단기 연수' 에 불과했다.

이들은 축구를 배우러 갔다기보다 '선진 축구가 어떤 것인가' 를 보고 느끼는 정도의 '견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군은 다르다.

아예 축구선수로 대성하고자 '작정' 을 했다.

그래서 학교도 휴학, 지난 8월 브라질행 비행기를 탔다.

아버지 서병호 (38.조리사) 씨는 "어린 나이에도 축구에 열성을 보이는게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며 "아들을 장래 축구선수로서 훌륭하게 키워보고 싶다" 고 말했다.

용산초등학교에 다니던 서군은 4학년때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평소 달리기를 잘해 '발바리' 라는 별명이 붙었던 서군은 용산교육청이 주관하는 꿈나무 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볼을 찼다.

그러나 학교에 축구부가 없어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서군은 지난해 12월 '브라질 축구 아카데미' 가 주관한 연수단을 따라 아메리카클럽에서 3개월간 연수를 받았다.

단기연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서군은 그때부터 호나우도·마라도나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비디오를 보는데 흠뻑 빠져들었다.

서군의 아버지도 아들을 축구 선수로 키우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차범근 어린이 축구교실' 에 보내려고 했다.

한달 1백80만~2백만원이 들어가는 장기유학은 엄두도 못낼 실정인 때문. 서씨는 최근 15년간 운영하던 일식집을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둬 재정적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서군은 축구유학을 보내달라고 아버지를 졸랐다.

서씨는 결국 아들의 요청에 굴복, 어려운 형편임에도 서군을 브라질 1부리그인 쿠리치바클럽으로 연수를 보내기로 했다.

1909년 창립된 이 클럽은 주닝요·미우라등 스타들을 배출한 명문팀으로 알려져 있다.

서군은 현재 쿠리치바의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하루 4시간 전담코치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축구를 배우고 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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