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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클리닉] 학습 방법 깨우치면 IQ 90이라도 전교 1등 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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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꽤 되고 나름대로 집중도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성적이 안 나오네요.”

중학교 2학년 최군 엄마가 아들 손을 잡고 앉자마자 하신 첫마디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까무러치게 놀라 부랴부랴 별 방법을 다 동원했죠.” “차라리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오면 대책이라도 세우련만 열심히 하는데도 이 지경이니 앞이 깜깜합니다.”

최군 엄마는 내게 말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 “얘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 줄 아세요.” 이 치명타(카운터펀치)에 끝내 고개 숙이고 침묵하던 최군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이쯤 되니 순간 여기는 클리닉이 아니라 경찰서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피의자 아들과 피해자 엄마. 그리고 난 경찰관으로 두 사람 사이의 시시비비를 가려줘야만 할 것 같은….

엄마를 진정시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우선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최군의 지능, 집중력 등 소위 인지기능은 비교적 우수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옥에 티가 있다. 공부 방법이 문제였다. 소위 공부기술검사 여덟 가지(기억 방법, 독서, 주의집중, 문제 해결, 시험 준비 및 시험치기, 시험 불안 대처, 학습 동기, 학습 습관) 중 독서하는 법, 암기하는 법, 그리고 시간과 환경을 통제하는 학습 습관이 매우 떨어졌다.

결국 최군은 학습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즉 최군의 약점인 세 가지에 대해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이다. 최군은 매우 진지하게 따라와 주었기에 지금은 예전과 달리 자기가 공부한 만큼의 성적을 받아내며 상위권을 내달린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2006년 10월께 송파구의 한 특목고 대비 학원생 2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는 놀랍다. 학생의 성적을 100이라고 했을 때 지능이 미치는 영향이 4%인 반면 공부 기술은 18%의 영향을 주었다. 자그마치 4배 이상의 차이다. 이는 우리의 상식을 깨는 것이다.

즉 지능지수(IQ) 90이라도 전교 1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부기술을 배우는 것을 잔꾀나 부리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침대만 과학이 아니다. 공부 기술도 엄연한 과학이다. 국어를 배우기 전에 국어를 공부하는 법, 수학을 배우기 전에 수학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마치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를 주행하기 전 최소한 운전면허증을 따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소위 배우고 가르치는 센터(TLC:Teaching and Learning Center)가 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자리 잡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4~5개의 학교를 묶어 하나의 TLC가 이들을 관리한다. 즉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 공부 방법을 점검하고 교정시켜 다시 학교로 보낸다.

심지어 A라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급의 성적이 B라는 선생님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나면 학생과 마찬가지로 A선생님의 수업을 전문가들이 듣고 잘못된 교수법을 교정해 준다.

정찬호(43) 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마음누리/정찬호 학습클리닉 원장 ▶중앙대 의대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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