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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통행료 있으나마나 우회도로 더 체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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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7일 오전8시20분 서울 남산 1호터널 중구남산동 입구. 터널 중간에서부터 차량이 꼬리를 물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어 한남대교 남단까지 3㎞정도 가는데 무려 40분이 걸렸다.

회사원 김승용 (金昇容.46) 씨는 "통행료를 받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혼잡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1호터널을 이용했는데 오히려 더 체증이 심하다" 며 "통행료를 받기전이나 달라진게 거의 없을 정도로 혼잡이 극심해 2천원이 아까운 심정" 이라고 불평했다.

이같은 상황은 남산 3호터널도 마찬가지여서 터널을 나와 반포대교 남단까지 가는데 2호 터널과 남산우회도로에서 빠져나온 차량이 한데 몰리는 바람에 시행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다.

서울시가 나홀로 차량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남산 1, 3호터널에 실시한 혼잡통행료 제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시행전 남산 1, 3호터널의 하루평균 차량 통행량이 각각 3만9천9백82대.5만4백22대였던 것이 혼잡통행료 시행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2만9천9백60대.3만8천29대로 24.8%가량 크게 줄었다가 올 9월에는 다시 3만6천3백38대.4만2천2백84대로 시행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경부고속도로 이용차량이 많은데다 강남지역이 지하철은 2호선 한 노선뿐인데도 최근 대기업이전.오피스텔등의 신축등으로 승용차 이용자가 급증하고 카풀차량.봉고.일반버스등 통행료 면제차량의 터널 이용이 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지역이 상습적으로 체증을 빚는데다 두곳에만 시범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통행료 징수효과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며 "앞으로 통행료 징수지역을 확대하면 효과가 높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도시연대 최정한 (崔廷漢) 사무총장은 "지하철과 시내버스 노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한편 도심주차장 억제와 주차료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 마련된 다음에 시행하는 것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계영.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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