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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업는 '썰렁시리즈' 한국영화 구제불능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전북 덕유산 기슭의 무주리조트에서 썰렁하게 열린 대종상 시상식의 예심을 맡았던 한 심사위원은 “우리영화들을 한꺼번에 모아 놓고 보니 폭력과 섹스, 욕설이 안나오는 영화가 없어 새삼 놀랐다” 고 했다.

작품상 등 6개부문을 수상한 '접속' 의 기획사측도 “본심에서 '접속' 이 후반부에 상영된 것이 수상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접속' 보다 앞에 상영된 본선진출작들의 무의미한 말초적 자극에 질린 심사위원들이 잔잔하고 따스한 '접속' 에 대거 손을 들어준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아태영화제의 한 심사위원은 “작품상.감독상 등 주요상들을 하나하나 정해 내려가다 보니 한국영화가 전혀 포함되지 않아 결국 신인감독상을 주기로 했다” 고 털어놓았다.

이란과 일본감독들이 스타로 떠오른 부산영화제에서 한국감독으로는 올해 78세의 김기영 감독 만이 새롭게 각광받았을 뿐이다.

국제영화제 개최의 잇딴 성공은 상대적으로 '한국영화의 빈곤' 을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우리 영화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많은 아시아국가들이 검열과 열악한 제작환경에 시달리고 있지만 부산에 온 대부분의 외국감독들은 그 악조건을 뚫고 자기만의 개성적인 작품들을 만드는 고집과 끈기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제작환경 탓이라는 안이한 분석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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