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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서 80년대 통산7승 해태 '김정수' 다시 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무등산 까치. 10월의 사나이. 가을 사나이…. ” 해태 좌완 김정수에게 따라다니는 미사여구들이다.

모두 한국시리즈를 통해 얻은 별명들이다.

광주진흥고 - 연세대를 거쳐 86년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김정수는 그해 한국시리즈 (상대팀 삼성) 라는 큰 무대에 오르는 행운을 잡았다.

4경기에 선발과 구원으로 등판, 방어율 2.45에 3승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87년 정규시즌에서 6승7패의 별볼일 없는 성적을 냈던 김정수는 한국시리즈에서는 '물 만난 고기' 였다.

역시 삼성을 상대로 2게임에 등판, 0.77이라는 놀라운 방어율로 2승을 팀에 선사하며 한국시리즈 사나이로 통했다.

88, 89년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1승을 추가하며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승리 (7승) 투수로 8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90년대 한국시리즈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91, 93, 96년의 세번의 시리즈에서 고작 2패1세이브의 초라한 성적을 내며 퇴조기미를 보였다.

20일 LG와의 2차전 4회 1사만루의 위기상황에 구원등판한 김정수는 노찬엽과 심재학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김정수의 가장 큰 무기는 변화무쌍한 커브와 몸쪽 빠른 직구. 그러나 들쭉날쭉한 제구력 때문에 타자들을 마음대로 요리하지 못한게 패인이었다.

한국시리즈 8회 출전이라는 김정수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시리즈를 대비한 합숙훈련에서도 어느해보다 땀을 많이 흘렸고 구위도 좋아 김응룡감독도 큰 기대를 걸었지만 1승은 너무 멀리 있었다.

만 35세가 된 김정수가 작성한 80년대판 '가을의 전설' 이 전설로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90년대판 전설이 될지는 남은 경기가 판가름해준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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