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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醫' 초진에 4년 걸려…최고 3만6천명 대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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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성동구행당동 한양대병원에 예약했던 서울관악구봉천동 김모 (51.여) 씨는 1년이 다 돼가도 진료일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나머지 며칠전 병원에 알아본 결과 앞으로도 2, 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모호한 답변만 들었다.

류머티즘 전문의인 한양대병원 김성윤 교수에게 진료받기 위해 예약한 환자는 3만6천여명 (병원 추산) 이나 된다.

93년 당시 보건사회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김교수에 대한 특진신청 환자는 6천7백23명으로 국내 의사중 가장 많았다.

93년에 초진받기까지 6개월쯤 걸리던 것이 이제는 4년으로 늘어 '오늘 신청하면 다음 세기' 에나 진료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교수의 하루 진료환자 1백여명 가운데 초진환자는 불과 10~15명에 그치고 있어 적체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93년 당시 대기환자수 3천7백62명으로 2위에 올랐던 '간 박사' 인 서울대병원 김정룡 교수의 초진 예약도 99년까지 가득찬 상태다.

김교수에게도 장기환자들이 많아 하루 초진 건수는 10여건 안짝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장봉린 교수에게도 7개월 이상 기다려야 진료받을 수 있다.

사시교정 수술까지 받으려면 몇달을 더 대기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이명 (耳鳴) 수술 전문의 고용 (신경외과) 교수도 수술 대기중인 환자가 6백명에 이르러 지금 예약하면 99년께나 가능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현진해 교수에게 초진받으려면 1~2년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현교수가 지난달 15일 병원장에 취임해 예전같이 진료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조윤애 (소아안과).서울중앙병원의 협심증치료 전문의 박승정 (순환기내과).디스크 전문의 이춘성 (정형외과).췌장담도질환 전문의 김명환 (소화기내과) 교수등도 3~4개월 이상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실정이다.

성균관의대 김병익 (의료관리) 교수는 "환자들은 1차진료기관인 동네병원등을 거쳐 대형 종합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곧장 '최고의 의사' 로부터 '최고의 진료' 를 받으려 한다" 며 "이로 인해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아야만 하는 중증환자가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실장 조한익 (임상병리) 교수도 "진료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시설 증설및 개선 이외에도 협진체제 (최고의 시설을 갖춘 3차 진료기관이 환자를 진단,치료법을 결정하고 치료는 동네병원에서 받는 시스템) 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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