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C·D등급 협력업체들 “대금 언제 …” 발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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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8일 오후 11시 서울 여의도의 동문건설 본사.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사무실 안에 빈자리가 없다. 김준영 사원은 “미분양 판촉 전략 등을 짜느라 매일 자정이 돼서야 퇴근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이 야근 체제에 들어간 것은 금융권의 건설사 등급평가에서 C등급(워크아웃 대상)을 받으면서다. 직원의 3분의 1을 넉 달씩 돌아가며 쉬게 하는 순환휴직제를 도입해 일손 자체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2개 층을 쓰던 사무실도 1개 층으로 줄였다.

지난 1월 건설사 1차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9개 중견 건설사들은 지금 활발하게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다.

자산매각 등 현금확보에 나서는 한편 인력감축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기업주가 사재를 털어 유동성을 보강하는 회사도 있다. 신일건업 홍승극 명예회장은 최근 개인 소유지인 의정부시 호원동 4개 필지를 담보로 70억원을 대출받아 회사에 지원키로 했다.

D등급(퇴출 대상) 판정을 받은 대주건설은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늦추고 있다.

박영석 사장은 “주채권은행인 경남은행에서 기업회생절차를 빨리 신청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 절차를 밟으면 계약자 및 소액 채권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구노력을 기울인 다음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C등급 건설사들의 협력업체들은 공사·납품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채권 은행에서 자금을 빡빡하게 운용하다 보니 협력업체들에 정상적인 대금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금융권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중견건설업체 대표는 “은행들이 제 살길 찾겠다며 지원은커녕 회사 내 쌈짓돈까지 다 빼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실장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 상품 재개, 상속세 및 증여세의 한시적 감면 등의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건설산업발 금융권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준비 중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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