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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바닷물고기 '두점망둑' 암컷끼리 짝짓기 싸움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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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암컷은 짝짓기를 앞두고 항상 도도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할 것 같다. 때에 따라서는 수컷을 확보하기 위해 암컷도 치열한 전쟁을 치른다는 보고가 최근 네이처지에 보고됐다.

스웨덴 울루대의 아사 보그 교수팀은 서부유럽의 해안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류인 '두점망둑'을 관찰하면서 기록한 현상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두점망둑은 5월과 7월 사이에 수정하는데, 산란기에 수컷은 몸과 지느러미에 파란색을 띠고 암컷은 노란색을 띠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스웨덴의 수심 1m 이내 바닷가를 골라 1m 단위로 구역을 정한 뒤 두점망둑의 행동을 관찰했다. 관찰한 수컷은 177마리.

지금까지 두점망둑의 짝짓기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수컷이 구애 행동을 한 뒤 암컷은 수컷이 만들어놓은 둥지에 알을 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찰 결과 암컷과 수컷의 역할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5월이 되면 두점망둑 수컷은 치열한 경쟁을 해 마리수가 ㎡당 한마리꼴에서 7월이 되면 0.1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수컷의 치사율이 높아지면서 살아남은 수컷을 차지하기 위한 암컷들의 싸움 또한 치열해졌다. 수컷의 수가 ㎡당 0.5마리 이하로 떨어지면 암컷도 종족번식 본능에 앞뒤 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보그 교수는 "대부분의 종에서는 수컷이 경쟁한 뒤 암컷을 차지해 짝짓기에 성공하고, 일부 종에서는 암컷만 짝짓기 경쟁을 한다는 분류는 단순화에서 비롯된 잘못"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동물들의 짝짓기 행동은 두점망둑처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수컷과 암컷의 역할은 언제 어디서 행동을 관찰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대 해양연구소 이영돈 교수는 "동물들의 짝짓기 행동은 암컷과 수컷의 상대적인 개체수는 물론 다양한 환경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독가시치의 경우 보름달이 훤하게 비친 다음에 주로 산란이 이뤄지고, 일부 어종은 초생달과 반달 사이에 산란한다는 보고가 최근 동물행동학계에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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