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휜 중고생 많다…나쁜자세로 수업·밤샘 채팅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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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5월 학교 신체검사때 흉부 X레이 촬영을 한 서울 모고등학교 1년 김모 (17) 양은 지난 1일 영문도 모른 채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원에 불려갔다.

학교보건원에서는 金양에게 "X선에 찍힌 척추가 'S' 자 모양으로 크게 굽어 있는데다 그 각도가 39도나 돼 더이상 방치하면 요통.디스크로 발전한다" 고 통보했다.

척추사진을 본 김양은 놀라 "통증을 느끼지 않는데 내 허리가 왜 이러느냐" 고 반문했다.

학교보건원 조사결과 PC통신의 '밤샘 채팅' 을 즐기는 김양의 평소 바르지 못한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

김양의 어머니 (46) 는 "아이가 집에서 이야기할 때도 늘 팔로 턱을 괴고 있어 버릇없다고 주의를 받는등 자세가 좋지 않았다" 고 말했다.

김양처럼 '척추만곡 (彎曲) 증 (허리가 굽는 증세)' 을 앓는 학생환자들이 많다.

학교보건원은 지난 3월부터 9월말까지 서울시내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5만6천7백11명을 대상으로 흉부 간접촬영 검사결과 1천70명 (중학생 1백94명) 이 척추만곡증 환자로 드러났다고 16일 밝혔다.

학생 1천명당 4명 꼴이다.

학교보건원 관계자는 연말까지 전학생을 대상으로 흉부촬영이 끝나면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파악된 환자는 1천96명 (중학생 2백7명) 으로 중학생의 경우 남학생 18명.여학생 1백89명, 고교생은 남학생 1백74명.여학생 7백15명으로 집계됐다.

또 95년에는 7백54명 (중학생 1백76명) 으로 판명됐다.

척추 전문병원인 서울강남구 국제의원을 찾는 하루 환자 50여명중 학생환자가 10여명이나 된다.

이 병원 강준한 (姜俊漢) 박사는 청소년들에게 척추만곡증이 많은데 대해 "수업.보충수업.과외등으로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성장기에 잘못된 자세와 운동부족, 체형에 맞지 않는 책.걸상이 주원인이고, 특히 여학생이 많은 것은 초경을 전후한 호르몬 이상 분비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여학생의 척추만곡증세를 찾기 위해 초등학교 졸업때 반드시 척추검사를 실시한다고 강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통상 중.고 1학년 신체검사때 흉부촬영을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자녀를 유심히 살펴보지 않을 경우 조기발견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학교보건원 김종희 (金鍾姬.여) 보건사업부장은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척추검사 시기를 초등학교 5, 6학년으로 낮춰야 한다" 고 밝혔다.

강홍준 기자

◇ 척추만곡증 = 허리부위가 휘기 시작하면서 하중을 견디기 위해 상층부인 가슴부위가 반대방향으로 휘는 바람에 척추가 기형적인 'S' 자 모양을 이룬다.

이같은 척추 휨 현상이 빚어지는 시기는 10~15세로 특히 관절의 유연성이 클 때다.

뼈가 경직되는 20세 이후까지 철제 보조기나 수술을 통해 교정하지 않을 경우 흉곽이 변형되고 이로 인해 심장과 폐가 압박받아 기능장애를 일으키며 요통과 디스크로 평생 고통을 겪는다.

◇굽은 허리 예방 요령

▶바른 자세를 갖춘다.

-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발이 땅에 닿고 팔을 책상위에 얹었을 때 팔꿈치를 중심으로 90도 각도로 접히도록 상체높이를 책상에 맞춘다.

▶평소 수영과 윗몸 일으키기등 운동과 등을 벽에 대고 양팔을 뻗는 운동을 자주 한다.

▶키가 크고 저체중인 학생에게 많으므로 편식을 하지 않는다.

(서울시학교보건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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