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고구려] 下. 김송현 조선중앙역사박물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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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현(56) 조선중앙역사박물관 관장은 김일성종합대학 고고학부에서 신석기 시대를 전공한 전문가다. 사회과학원 부소장을 지내다 2003년 4월 박물관장을 맡았다.

지난 30여년 발굴 현장을 지킨 뒤탈로 허리가 불편한데도 손수 전시실을 안내하며 "자기 민족성을 내세워야 한다. 더구나 우리처럼 외세의 입김을 자주 받는 민족은 더 강하게"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최근 중국이 '동북공정'이라고 해서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에 밀어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북남이 힘을 보태 물리쳐야지요. 북과 남의 학술 교류는 이럴 때 힘을 발휘합니다. 지난 세기에 우리가 고구려를 보는 관점에서 여러 차이가 있었지만 이제 발굴과 연구를 통해 그 견해차를 좁히면서 우리의 뿌리를 함께 찾아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는 "민족마다 선조와 핏줄이 얼마나 훌륭했는가 주장하지만 실제 유물이 나오지 않으면 이러쿵저러쿵 말로만 떠드는 것이 다 헛일"이라며 "역사의 빈 곳을 실물 자료로 채워주는 작업에 북과 남의 학자가 더 힘을 내자"고 했다.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은 2005년 12월 1일 개관 60돌을 맞는다. 김 관장은 "건물 개건(改建)과 역사 체계에 맞춘 진열품 개선을 환갑 기념잔치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현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12만점이지만 신라와 백제.가야 것이 너무 적다며 아쉬워했다.

"내년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 새로 문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북과 남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다 경사를 맞는 셈인데 이를 계기로 문화재 교류가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서로에게 풍부한 유물을 교차 전시나 장기 대여 등으로 나누면 싶지만 장관급 회담에서 의제가 자꾸 뒤로 밀린다니 안타깝습니다."

김 관장은 2005년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박물관대회에 초대받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자꾸 만나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며 한민족 공동의 유산을 나누는 것이 오래 헤어져 산 북과 남이 하나되는 가장 손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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