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비자금정국…신한국당 비주류인사 행동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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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발걸음이 다시 바빠졌다.

지난 1주일간 비자금 정국의 추이를 지켜보던 비주류 인사들은 다시 삼삼오오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회창총재등 주류측에서 볼 땐 엎친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내 비주류의 두 중심축인 서석재 (徐錫宰) 의원과 서청원 (徐淸源) 의원의 13일은 분주했다.

이날 오전 서석재의원은 박찬종 (朴燦鍾) 고문에 이어 서청원.신상우 (辛相佑) 의원등과 연쇄 회동했다.

서석재의원의 한 측근은 "연쇄 회동을 묶는 고리는 '이회창후보로는 도저히 안된다' 였다" 고 귀띔했다.

서청원의원은 서석재의원과 만난 뒤 이재오 (李在五) 의원등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잇따라 만났다.

전날밤 (12일) 8인 중진모임의 결과를 설명하고 현 정국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젠 움직일 때가 왔다는 공감대가 비주류들 간에 다시 형성되고 있다.

비주류 인사들의 행보가 다시 급류를 탄 데는 각종 여론조사결과가 한몫했다.

비자금설 폭로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총재의 지지율은 불변인 반면 李총재의 지지율이 하락추세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李총재로 안된다는 비주류의 행동반경을 훨씬 더 넓혀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들간의 행동통일 여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탈당파와 잔류파 간에 서로의 입장 차는 아직 완고하다.

서석재의원측은 20일까지 '거사' 할 뜻을 밝히고 있다.

李총재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한 4자연대론만이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徐의원 주변에선 민주대연합론을 주창하는 성명서까지 준비돼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탈당하더라도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의 신당에는 합류하지 않고 중립지대에서 무소속으로 남아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김운환 (金운桓) 의원등이 가세하고 있다.

반면 서청원의원측은 당내에서 명분을 축적한 뒤 후보교체론으로 일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비자금 파문은 당내 다른 인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세 (勢) 확산의 호기 (好機) 라고 보고 있다.

일이 늦어지더라도 주류 또는 중립인사들을 폭넓게 규합하겠다는 계산이다.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이번 주가 최대고비" 라는 데는 비주류의 견해가 일치한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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