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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자금'굴레 벗어날 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한국당이 DJ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그에게 돈을 주었다는 10개 기업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바람에 안그래도 지금 최악의 환경에 처해 있는 기업과 경제에 또 한번 삭풍 (朔風) 이 불고 있다.

정치부패에는 반드시 기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리고 부패는 자유시장 경제를 어느 선 이상으로는 절대 성장할 수 없게 가로막는다.

과거는 그렇다 치고 문제는 미래다.

부패의 근절을 바란다면 정치 쪽의 구정물이 맑아지기만 기다려서는 그야말로 백년하청 (百年河淸) 이다.

더 절실한 쪽이 손을 써야 한다.

경제와 기업의 명운이 백척간두 (百尺竿頭)에 걸린 지금이 적기 (適期) 다.

기업윤리의 제1조는 부패로부터의 해방임을 사활 (死活) 을 걸고 기업과 경제단체가 선언.실천할 때가 됐다.

기업은 시장을 상대로 담합을 해서는 안된다.

기업이 담합.실천해야 할 것은 바로 기업윤리, 그 가운데서도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정치적 비자금이나 개별 이권 획득을 위한 은밀한 금전거래의 거부 (拒否) 여야 한다.

이런 거래에서 기업은 정치적 위하 (威하) 나 행정규제를 사업통행료로 징수하는 부패정치의 희생자다.

민주주의의 투명성과 경제규제 혁파를 요구함에 있어 경제단체는 혁명가처럼 일어서야 한다.

지금 기업윤리는 세계적 주요 이슈의 하나다.

반부패 라운드는 글로벌 스탠더드로서의 기업윤리 제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는 연방정부가 91년 '양형 (量刑) 지침' 을 제정함으로써 기업들이 이를 받아 사내 (社內) 윤리관리제도로 정착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게이단렌 (經團連) 이 주체가 돼 96년 '기업행동헌장' 을 일본기업의 윤리적 후진성 탈피와 일본 기업윤리의 세계화를 목표로 개정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제는 더 이상 윤리 중립적 존재인듯 처신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기업의 내부통제, 주주 및 종업원과의 일체감 유지를 위해서도 기업 자체가 반부패 윤리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나 행정의 희생물이었노라는 약자적 변명도 통할 수 없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이제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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