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점 조합장, 경영은 전국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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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북 완주군 소양농협은 회원이 1200여명에 불과한 미니 농협. 하지만 경영 실적은 전국 최고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2008년 종합 업적평가에서 지역농협 중 1위(농촌형 10그룹)에 올랐다. 지난해 6월 평가에서는 2위, 9월에는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농촌조합은 전국에 840여개나 된다. 중앙회는 이들 농협을 농산물 판매액, 대출금, 자본금 등 20여개의 지표에 따라 13개 그룹(한 그룹당 60~70개)으로 나눠 평가했다.

전국의 지역단위농협 조합장 중 홍일점인 유옥희(左) 소양농협 조합장이 주민들과 함께 묘목을 살펴보고 있다. [장대석 기자]


이처럼 돋보인 실적을 올린 소양농협의 중심에는 유옥희(60) 조합장이 있다. 그는 전국 1200여명의 지역농협 조합장 가운데 홍일점이다. 27살에 농협에 입사, 상무를 거쳐 2006년 직선투표로 조합장이 됐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샀어요”=유 조합장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절로 조합의 분위기를 확 바꿨다. 몇년전만 해도 농협은 주민들에게 “문턱이 높아 말 붙이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조합원을 부모 형제처럼 모시자”며 직원들에게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농협을 찾는 고객에게 직접 차를 대접하고 갑작스럽게 상을 당한 주민들을 위해 장례사 자격증까지 땄다.

유 조합장은 특히 내집처럼 편안한 농협 만들기에 정성을 기울였다. 사무실 한쪽에 안마기, 혈압기, 발 마사지기 등 편의시설을 갖춰 농민들이 누구나 쉼터처럼 이용하도록 했다. 김치 담그기, 동지팥죽 나누기 등 계절별 행사별 이벤트도 열었다. 이들 행사는 조합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촉매제 역할을 해 참여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올렸다.

농민 강시묵씨는 “유 조합장이 농민들의 마음을 읽는 섬세한 경영으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 성공했다”며 “안방처럼 훈훈한 느낌이 들어 농협이 하루 종일 회원들로 북적거린다”고 말했다.

◆“부자 농촌 꿈꿔요”=유 조합장은 소양면을 부자 동네로 일궈내는 데도 실력을 발휘했다. 소양은 논이 적은 산간지역이다. 특히 전국 철쭉 생산량의 60%를 담당한다. 하지만 체계적인 작목반이 없어 재배 기술이 부족하고 유통정보가 적어 생산·판매 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는 취임초부터 마을을 찾아 다니며 지역별 좌담회를 개최하고, 농가를 일일이 방문해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등 작목반 결성에 힘을 쏟았다.그 결과 400여명의 조합원이 13개 작목반을 만들어 철쭉 명품화 사업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소양 철쭉은 규격화, 브랜드화가 잘 돼 타지역 제품보다 10~20% 가격을 더 받는다. 소양농협의 철쭉묘목 매출은 그가 취임하기 전 4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0억원으로 늘었다. 철쭉 농가들은 연평균 3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연 2억~3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부농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농협의 살림살이도 불었다. 자본금은 3년 새 24억원에서 38억원으로, 예금은 430억원에서 520억원으로 증가했다. 경제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58억원에서 140억원으로 늘었다. 이 덕분에 비료·농약 등 영농자재비를 지원하고, 장학금을 확충하는 등 이익금 환원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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