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근로시간 줄이고, 서비스업 임금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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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국내 제조업은 근로시간을 단축해 임금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업은 임금 인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불황기의 일자리 나누기 성공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올 1월 일자리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3000개 감소해 2003년 9월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보였다”며 “고용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일자리 나누기 방식은 실업 상황, 고용 불안감 정도 등 고용 환경에 따라 다르다”며 “일시적 경기 악화가 원인이라면 경기 회복 때 고용 상황이 개선되는 만큼 (고용 창출보다는) 고용 유지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 하강세에 따른 고용 부진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 유지에 초점을 맞춰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현재 만성적인 고실업 상황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 유지를 통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제조업의 경우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감소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제조업처럼 정형적인 업무를 반복하는 직종은 시간당 임금을 파악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 비해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경직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일수록 노동조합은 임금 인하 방식을 거부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 방식은 하루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주당 출근일수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연구소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업의 경우 고용 유지를 위해 임금을 내리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그 이유로 서비스업의 경우 직무의 양과 역할 조정 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임금 수준이 높으면 이를 깎는 것이 개별 노동자에게 주는 고통이 작기 때문에 노조가 조정을 수용하기가 수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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