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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5.LG TV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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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자카르타.카이로.모스크바 = 특별취재팀]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의 대형 전자상가인 콤플렉 글로독 플라자. 세계 각국 TV브랜드들의 광고판이 빽빽이 들어서있다.

일본의 소니.도시바.샤프, 미국의 RCA, 네덜란드의 필립스, 독일의 그룬딕.사바, 현지 브랜드인 폴리트론.디지텍 등등. 그러나 우리나라의 LG 광고판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매장 안도 마찬가지다.

소니와 폴리트론등의 휘장.스티커만 눈에 띈다.

하지만 진열대를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형 매장 중의 하나인 시나르 자야. 눈에 잘 띄는 카운터 뒤를 비롯, 진열대의 3분의1 가량이 LG나 Gold Star TV로 채워져 있다.

해외 시장의 CI (기업이미지통합) 작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하다보니 예전의 Gold Star와 LG 브랜드 상품이 한꺼번에 진열돼 팔리는 곳이 대부분이다.

LG가 좋은 위치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잘 팔리기 때문이다.

굳이 휘장이나 스티커가 많을 이유가 없다.

인근 매장인 에라 니아가의 소킴 (51.여) 씨도 "매달 판매되는 70대의 TV중 50대 가량이 LG제품" 이라고 말한다.

진열대중 가장 좋은 위치 자카르타 외곽 지역의 LG 판매 책임자인 요나스 보엔타란 (48) 씨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유명 TV의 각축장" 이라며 "이곳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은 그만큼 품질을 인정받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전자제품 시장조사기관인 GfK가 조사한 올해 4, 5월 두달동안 인도네시아 TV모델별 판매현황을 보면 상위 1~4위를 LG가 석권했고, 20위안에 10개의 LG모델이 랭크됐다.

LG가 현지 브랜드인 폴리트론을 제치고 인도네시아 TV시장 선두에 올라선 것은 시판 3년째인 95년부터. 올들어서도 8월말 현재 시장점유율 23%를 기록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GfK의 조사에서는 집계방식의 차이로 시장점유율이 18.5%로 나타나지만 역시 1위로 랭크돼 있다.

이집트 카이로 도심의 국영백화점 오마르판디의 TV매장에도 'Gold Star' 제품이 가장 많다.

LG의 이집트 TV시장 점유율은 55%선. 다른 국산 브랜드까지 합치면 현지 시장점유율은 70~80%에 이른다.

이 회사 최평철 (崔平澈) 카이로 지사장은 "이집트 사람들의 외제, 특히 한국상품 선호도가 높다" 면서 "일본의 NEC나 도시바도 여기서는 군소브랜드에 불과하다" 고 말한다.

인도네시아는 91년부터 현지공장에서 TV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집트는 90년부터 현지 업체에서 LG TV를 조립생산.판매하며, LG는 여기에 부품을 공급한다.

LG는 이들 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삼성도 베트남과 칠레등에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우 역시 잇따른 설비증설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가전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LG는 현지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유통망 구축에 승부를 걸었다.

현지 상권을 지배하고 있는 화교 도소매상을 공략해 나갔다.

이들에게 마진을 선불로 지급하고 제품을 담보없이 60일동안 외상으로 주었다.

그 결과 92년 30명선이던 도소매상이 이제는 2백80명선으로 늘었다.

94년에는 소리를 중요시하는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고음과 저음을 살린 '사운드 맥스' 라는 신제품 TV를 내놓아 히트를 쳤다.

자카르타 글로독 인근에서 만난 누루하디 (34) 씨는 "지난해 12월 폴리트론을 처분하고 LG제품을 샀다" 면서 "소리가 웅장해 맘에 든다" 고 말한다.

24시간 A/S 큰 인기 이집트에서는 일본 업체들보다 앞서 진출한 덕을 봤다.

이진영 (李珍泳) 현지법인장은 "국영기업 위주인 현지 업체들의 부품입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게 성공의 주요인" 이라고 분석한다.

LG의 또다른 강점은 애프터서비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여러 브랜드 중에서 24시간내 서비스를 하는 곳은 LG가 유일하다.

서부 자카르타 만슈르지역의 소매상 찬드라 (42) 씨는 "93년부터 LG를 취급했으며 4년동안 판매량이 10배정도 늘어나 요즘은 월 2백대이상 팔고있다" 고 말한다.

그는 이어 "LG는 소비자가 신고만 하면 애프터서비스요원이 집을 방문해 수리해주지만 소니는 고장난 TV를 소비자가 직접 매장으로 가져오고 수리가 끝나면 가져가야 한다" 고 애프터서비스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LG전자 카이로 지사의 서비스엔지니어인 김영남 (金永南) 대리는 "5천원정도하는 출장비를 없애고 현지인 서비스맨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출장차량과 전화를 늘려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면서 "올해안에 24시간내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 이라 말한다.

LG의 한계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14, 16, 20인치 중소형 TV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25인치 이상 대형 제품에서는 일본의 소니.도시바 제품보다 열세다.

LG는 최근 골든아이라는 29인치 대형 제품을 현지시장에 내놓았지만 아직은 초보단계. 玄법인장은 "99년까지는 소니를 따라잡겠다" 고 장담한다.

또 제품은 많이 팔리지만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개선해야할 과제다.

찬드라씨 가게에서는 14인치의 경우 LG가 43만원인 반면 소니는 47만원에 팔린다.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의 굼백화점에서도 LG의 14인치 TV가 2백55달러인데 비해 소니는 3백5달러에 팔린다.

이집트에서는 일본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도시바와 NEC에 이어 소니가 최근 21인치 TV 조립생산을 시작했고 JVC도 부품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는 서비스강화등의 전략으로 수성 (守城) 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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