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화 심의 자율성 확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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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연예술진흥협의회 (공진협) 라는 낯선 단체가 오늘 발족했다.

영화의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공연윤리위원회를 대신할 민간기구다.

새 기구 발족과 함께 타율적 규제 아닌 자율적 판단과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로서 영화산업의 걸림돌이 아닌 촉진제로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종래 공륜과 새로 출발하는 공진협은 위원회의 구성방식부터 달라졌다.

종래는 문화체육부장관이 추천하는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새 기구는 예술원 회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종래 공륜이 사전심의에서 지나친 폭력과 선정적인 부분을 삭제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앞으로의 공진협은 영화상영 등급부여를 하게 된다.

청소년 관람여부를 3등급으로 나누고 상영하기 어렵다고 보는 영화는 등급부여를 보류하는 등급화 작업을 하게 된다.

여기에 문체부가 관장하던 수입영화추천권까지 넘겨받았다.

위상과 권한이 달라진 만큼 공진협의 기능과 역할도 커졌다.

가위질이나 하는 관변단체가 아니라 좋은 영화를 제작.수입하는 선도기능도 함께 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가위질 없이 저질폭력영화의 홍수를 막는 방파제 역할도 해야 한다.

겉은 달라졌는데 속은 똑 같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수입영화의 경우 등급외 상영관이 없는 우리 실정에서 등급 보류 영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당면과제다.

심의가 없다고 저질영화를 무차별 수입할 경우 어떻게 단속할지도 관심사다.

영화업계의 건강한 양식이 민간기구 발족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사전심의와 관의 규제가 없다고 해서 저질 영화의 홍수가 난다면 사회 여론은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창작의 자유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쏟아질 저질 폭력.선정영화를 등급보류만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율적 민간단체로서 발족하는 공진협이 영화관련 종사자들의 건강한 양식과 자율적 판단에 따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때 청소년 보호를 위해 사전심의 불가피론이 새롭게 제기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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