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공연]울부짖는 영혼의 목소리 메레디스 몽크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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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목소리 예술가 메레디스 몽크 (55)가 한국에 왔다.

목소리 예술가? 무대에서 그가 부르는 것은 물론 노래. 하지만 그 목소리는 듣는 이의 영혼을 두드리는 천의 얼굴을 지녔다.

울고, 웃고, 중얼거리고, 짜증내고, 신나해하고. 몽크의 공연은 그래서 전무후무한 독창적인 음악이자, 연극이자, 때로는 무용이기도 하다.

"나는 글읽는 법보다 음악읽는 법을 먼저 배웠다.

시각적인 문제 (양쪽 눈의 상이 나란히 맺히지 않는 것)가 있었던 나를 어머니는 세 살때 음악학교에 보냈다.

여기서는 음악과 공간을 동시에 가르쳤다.

음계를 배울 때면 도, 레, 미 하면서 손도 이렇게 (쭉뻗은 손을 점점 올리면서) 움직이게 하는 식으로. 나에게 음악은 늘 동작과 연결된 것이다."

4대째 성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몽크는 처음에는 무용안무가로 출발했다.

육체가 지닌 다양한 언어적 탄력성에 대한 개념을 음악, 특히 목소리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부터. 그 후 34년동안 몽크는 18편의 오페라와 음악극, 9편의 단편영화 등 각종 장르를 오가며 1백여편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다양한 장르, 서로 다른 요소를 결합하는 작업방식은 뉴욕의 사라로렌스대학 시절부터 길러진 것. 그러나 단지 각종 공연장르를 두루 섭렵하는 것만으로 몽크가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것은 아니다.

"유용함을 따지자면 병원에서 에이즈환자 돌보는 것이 예술보다 나을 것이다.

예술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영혼에 닿을 수 있도록 돕는다.

벌거벗은 영혼으로 만난다고나 할까. " 그런 만남은 공연자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 싶다.

"내 오디션은 흡사 워크숍만큼이나 길다.

예술적인 기술만이 아니라 '관대한 정신' 을 본다.

서로 나누고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91년 휴스톤에서 공연한 3부작 오페라 '아틀라스' (29명출연) 때부터 함께 해 온 지금의 팀들은 마치 가족같다.

재정문제 때문에 늘 함께 공연을 다니지는 못하지만. " 10일 오후8시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이번 내한공연 역시 솔로. 앙상블 연주 때같은 풍성한 질감은 맛보기 어렵지만 '목소리 예술' 의 순정 (純正) 한 맛을 즐기기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무반주로 들려주는 12곡은 70년대중반 뉴멕시코 사막의 신비함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것. 후반부 5곡에는 피아노반주가 겹쳐진다.

특히 마지막곡 '이야기' 는 해외공연의 관례에 따라, 한국어로 부른다.

중얼중얼 주문처럼, 혹은 청아한 바람소리처럼 들려오는 노랫가락은 예술공연의 또다른 존재이유로 "너무 빠르게 달려가는 현대사회에서 속도감을 잊게 해주는 것" 을 꼽았던 몽크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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