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국]4. 경제실험 대장정…사회뿌리 흔드는 개혁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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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의 최대 도시 상하이 (上海)에서는 요즘 취업정보를 제공하거나 일자리를 소개하는 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각종 직업훈련반도 1천개를 넘어섰다.

이 업체들은 "노동시장이 무슨 인력을 필요로 하든 우리는 찾아내고 공급한다" 며 일자리를 잃은 재취업 희망자를 훈련시켜 기업쪽에 대주고 있다.

경제발전이 빨라 국유기업 개혁바람 역시 가장 거센 상하이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실업자 16만명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92년이후 조기 퇴직자를 모두 합치면 1백25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중 1백만명 가량이 경리.보안요원.전기공.청소부 등으로 재취업했다.

국유기업 개혁의 최대 파장은 대량 실업이다.

국유기업 임직원중 지난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7백50만명이 조기 퇴직을 당했다.

앞으로 2~3년간 최소한 1천5백만명이 실업→재취업의 힘든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일자리를 다시 찾은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제발전이 더딘 중서부 내륙지방과 감원의 주타깃인 40~50대 여성들은 새 기술.직업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기업 역시 채용을 꺼린다.

이 때문에 마오쩌둥 (毛澤東) 시절 '하늘의 절반 (半天 : 남녀평등을 뜻하는 말)' 이라는 구호속에 열중 아홉꼴로 직장에 나갔던 여성들이 다시 '전업 주부' 로 돌아가는 추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은 최근 효율을 앞세워 젊은 여성들의 채용까지 기피하고 있어 국가적으로 남녀평등은 10년이상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한창 가족을 부양해야 할 40~50대 남성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딱하다.

2백~3백위안 (약 2만~3만원) 안팎의 생활보조비로 버티면서 막연하게 재취업을 기다리고 있으나 떨어지는 일자리는 3D업종이 대부분이다.

중국 사람들은 국유기업 개혁으로 인한 실업사태를 풍자한 '3하 (下) 어구' 를 만들어냈다.

"毛는 하방 (下放) , 鄧은 하해 (下海) , 江은 하강 (下岡)" 이 바로 그것이다.

덩샤오핑 (鄧小平) 은 개인사업 붐을 일으켰으나 장쩌민 (江澤民) 은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냈다는 불만섞인 말이다.

경제발전의 선두주자인 선나 떨어지는 일자리는 3D업종이 대부분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은 국유기업 개혁으로 인한 실업사태를 풍자한 '3하 (下) 어구' 를 만들어냈다.

"毛는 하방 (下放) , 鄧은 하해 (下海) , 江은 하강 (下岡)" 이 바로 그것이다.

덩샤오핑 (鄧小平) 은 개인사업 붐을 일으켰으나 장쩌민 (江澤民) 은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냈다는 불만섞인 말이다.

경제발전의 선두주자인 선전 (深 수) 시 국유기업들은 지금까지 노동자 임금의 3배로 제한했던 경영자 연봉을 기업자율에 맡겨 앞으로 개인간에도 경쟁논리가 파고 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철밥그릇 (鐵飯碗.평생고용)' '큰솥밥 (大鍋飯.평균주의)' 에 젖어 있던 중국인들에게 이런 현상들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돈만이 최고' 라는 배금주의에 빠지고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는 바람에 범죄율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은 특히 공산정권 수립이후 애써 정착시킨 '저임금 고복지' 의 틀을 깨뜨리고 있다.

공짜에 가까웠던 주택비가 올 연말께에는 맞벌이가정 평균수입의 2%대까지 올라가고 주택가격.임대료는 단계적으로 시장논리에 맡겨질 예정이다.

이같은 개혁에 따른 고통의 분담 논리는 교육.의료.퇴직연금등 다른 복지분야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하는등 국유기업 개혁은 바야흐로 중국 사회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베이징 =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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