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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157·O-26·리스테리아등 병원균 대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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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에이즈의 만연과 에볼라균의 기습, 이름도 생소한 O - 157.O - 26.리스테리아균의 등장…. 이같은 병원균의 '대역습' 은 첨단의료시대에도 인간이 미생물에게조차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들 병원균의 공략이 결국 인간이 추구해온 '무균사회' 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항생제의 남용, 각종 항균제품 사용등 인간의 '결벽증' 이 만들어 놓은 자업자득이라는 것. 우선 모든 균을 '적 (敵)' 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 사람의 모든 장기에는 '원주민' 처럼 항상 세균들이 존재한다.

장 (腸) 의 경우만 하더라도 1백여종의 대장균과 연쇄구균이 1㎠당 수천만마리가 살고있다.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이들 세균을 제거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일본 교린대 (杏林大) 의학부 가미야시게루 (神俗茂) 교수가 실험용 쥐에게 항생물질을 투여, 장내세균을 박멸한뒤 살모넬라균 (식중독의 원인균)에 감염시켜본 결과 식중독에 대한 저항력이 1만분의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다.

또 피부에 살고있는 균은 중성지방을 분해해서 산을 만들어낸다.

인간과 공생하면서 다른 세균의 기생을 막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일본인들만 2백명이상 콜레라에 감염되어 사회문제가 됐다.

이는 문명화 될수록 인간의 면역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생충 박멸과 함께 아토피성피부염과 꽃가루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성질환도 늘고 있다.

독일의 함부르크대학은 통일 이전 동.서독 어린이를 대상으로 기생충과 꽃가루알레르기 발생률을 비교.조사했다.

결과는 기생충이 없는 서독어린이에게서 알레르기가 크게 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원인은 항체 IgE (생체면역물질) 의 과잉생성 때문. 그러나 기생충이 몸안에 있을 때 만들어진 IgE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같은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집진드기와 같은 항원에 노출되더라도 새로운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간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정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을 하는데 미생물도 예외는 아니다.

항생물질에 저항력을 보이는 메치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 (MRSA) , 그리고 병원성 O - 157의 강한 독성인 베로톡신도 진화하면서 생긴 산물로 추정되고 있다.

고대의대 감염내과 박승철교수는 "인간과 미생물은 항생물질 개발과 돌연변이를 통해 영원히 적자생존의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관계" 라며 "앞으로는 미생물을 차단하고 박멸하는 연구에서 벗어나 세균의 발원과 생태, 내성균의 발병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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