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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수산업계 ‘커지는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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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대형 수산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어선이 낡아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도 새 어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업체가 건조 비용을 대기에 역부족인 데다 정부지원 마저 끊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선망업계엔 10년째 새 어선이 1척도 투입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중고 선박을 들여오려고 해도 팔려는 어선이 나오지 않는 데다 엔고로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 수산업계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한숨이 대형 수산업계에서 나온다.

15일 부산 중구 충무동 남항 부두에 대형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대형 수산업계는 어선이 낡아도 건조비용이 비싸고 정부 지원이 끊겨 새 어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생산량 감소 추세=부산시 중구 동광동 금성수산 김영환(51) 수산부장은 15일 “정부가 손을 쓰지 않으면 대형 수산업계는 쓰러지고 우리나라는 수산물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 대형선망수협 김임권 조합장은 “대형선망수협 소속 어선 153척 중 80%인 123척이 적정 수명인 20년이 넘은 노후 어선인데도 1997년 이후 단 1척의 새 어선이 투입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국내산 고등어 90%를 잡는 대형선망의 앞날이 캄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어선을 확보하지 못해 도태한 대만의 선망업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대형선망의 고기잡이배(본선)와 불을 밝히는 등선 등 3척을 건조하는데 200억∼300억원 들어간다. 건조 비용이 업체 연 평균 매출액의 2∼3배여서 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유일한 지원책이었던 ‘연근해 노(老)어선 대체 사업’도 2007년 폐지됐다. 조기와 갈치 등을 잡는 대형기선저인망어선도 수협 소속 151척 중 42척이 20년을 넘었다. 원양어선(470척) 중 21년이 넘는 어선이 65%(310척)를 차지한다. 어선 노후화는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대형선망업계 생산량은 19만 4093t으로 1995년의 22만 7995t에 비해 20% 줄었다. 같은 기간 대형기선저인망의 생산량은 41%, 원양어업은 21% 감소했다.

불안정한 기름값과 선원 확보난도 대형 수산업계를 힘들게 한다. 어려움이 가중되자 지난해 3통(1통당 6척)의 선망어선이 감척을 신청, 조업을 포기했다. 올해도 1통이 감척을 신청할 예정이다.

◆우수 업체에 건조비 지원해야=구조조정을 위한 감척 중심의 정부정책이 수산물 자급자족을 위한 생산 정책과 균형을 맞춰야 하고 업계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 수산기술을 도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설 때 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일본처럼 어선 건조에 드는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부경대 장영수(해양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감척 사업만 추진하는 것은 결국 현실을 외면한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대형 수산업계를 구조조정 한 뒤 경영실적이 우수한 수산업체에 어선 건조비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지역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홍현표 KMI 수산·어촌정책연구팀장은 “부산시가 글로벌 수산기업을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며 “자금난에 빠진 우수 수산업체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진권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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