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유석씨 에세이집 펴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가는 세월/그 누구가/ 잡을 수가/있나요/흘러가는/시냇물을/막을 수가/있나요….'

암울했던 1970년대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었던 '가는 세월'의 가수이자 방송인, 그리고 교통운동가로 활동했던 서유석(59)씨가 최근 에세이집 '청개구리들이여! 다시 날자구나'(미디어집)를 냈다.

이 책에는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가득하다.

70년대 초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 중 베트남전의 참혹한 실상을 적은 책을 소개하고는 줄행랑쳤던 일이며, 80년 방송 통폐합 당시 삐딱한 멘트 때문에 '명랑교차로'가 폐지되자 마지막회에서 클로징 멘트 대신 '가는 세월'을 틀었던 일화 등이 들어 있다.

서씨는 이런 설화(舌禍)로 몇년씩 유랑생활을 했다. 서슬 퍼런 시절에 숱한 곤욕을 치르면서도 왜 거침없는 발언들을 되풀이했을까. "잡초가 한번 뽑는다고 다 뽑히나요. 못 고쳐요. 자기 색깔이 있는데…."

서씨는 지난해 '푸른 신호등'(교통방송)을 끝으로 27년간의 방송인 생활을 접었다.

"앞으로 10년은 노래를 하려고요.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을 대변하는 노래를요. 그래서 쓴 노래가 '요즘 세상'과 '담배'예요. "

두 곡 모두 '메시지가 없으면 노래가 아니다'는 서씨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요즘 세상'은 세대 갈등을 직설적으로 토해낸다. '갑자기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너 이놈 빨갱이 아니냐. 놀란 아들 눈을 감고 읊조리는 말 이 사람이 내 아버지인가….'

디지털 시대에 거꾸로 통기타를 잡은 서씨는 요즘 세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컴퓨터를 일부러 안 배워요. 기성세대도 비겁했지만 인터넷 세대는 익명성 속에 숨어 더 비겁한 것 같아요."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