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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어른을 위해 ‘피터팬’을 자청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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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16면

10대 청소년기에는 외환위기를, 청년기가 된 지금엔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20대, 그들은 과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흔들리는 정체성, 무한 경쟁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불안해만 하고 있는 것일까.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서 있는 20대. 하루빨리 허황된 꿈에서 빠져나오라고 손짓하는 사회적 압력과 주변인들의 기대는 20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경계에 서 있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을 억누르는 벅찬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

WHY C세대의 심리

요즘 대학가에는 5학년, 6학년생이 심심찮게 보인다. 취업을 위해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다. 많은 학생이 학업 성적 외에 어학 능력이나 인턴 경력 등 직업에 대한 준비를 위해 탐색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간의 탐색기를 거친 후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그중 상당수가 이직을 고려한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2007)에 따르면 청년 이직률이 62%에 육박한다. 미국 미시간대의 ‘Chao와 Gardner의 조사’에서도 18~28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이직에 더 동의한다고 답하였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관련 업무를 모두 가르쳤다 싶으면 어느 날 갑자기 문자메시지로 사직서를 대신하고 직장을 옮겨 버리는 20대가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직장인 셋 중 하나가 이직을 생각한다고 하니 어쩌면 그 불안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취업난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직을 희망하는 흔들리는 20대, 걱정스럽긴 하다. 현실 세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공상의 섬에 갇혀 있는 ‘피터팬 증후군’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무엇이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직도 능력’이라는 생각에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심리학자 아넷은 20대를 직업적, 관계적 정체감을 확립하기 위해 다양성을 탐색하는 ‘정체성 탐색의 시기’라 했다. 이 시기를 10대 청소년기도 아니고 완전한 성인기도 아닌 새로운 시기라는 의미에서 ‘emerging adulthood’라 명명했다. 연속적인 삶의 스펙트럼 중 그 어떤 시기와도 다른 독특하고 고유한 성인기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비록 불안정한 흔들림의 시기이지만, 자신의 삶을 바꿀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20대는 단순히 어른이 되기 싫어서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과감히 ‘피터팬’이 되기를 자청한다. 더 행복하고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 이를 위해 계속 자신을 업그레이드해 나가고자 하는 긍정적 생각, 잘될 것이라는 낙관성이 있기에 그들은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는다.

20대에게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견고한 자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자기’가 필요한 것이다. 20대 잠깐의 흔들림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미래의 나를 보장할 수 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시간의 속박을 과감히 벗어 던질 때 그들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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