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믿었다 낭패 '공시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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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공시조차 믿을 수 없으니 뭘 보고 투자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업에서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장밋빛' 공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 손해를 본 한 개인투자자의 하소연이다.

공시가 나오는 것을 전후해 주가가 급등락하거나 설익은 공시가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거래소 상장기업인 녹십자상아는 녹십자피비엠과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개장 전 동시호가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던 녹십자상아는 공시가 나온 지 10여분 만에 내림세로 돌아서 결국 4% 이상 떨어진 채로 장을 마쳤다.

같은 날 코스닥 등록기업인 파세코도 석유난로 수출이 증가한다는 공시를 낸 뒤 불과 1분 만에 상한가까지 급등했지만 결국 하한가로 마감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대로 주가가 움직인 것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주가변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증권거래소 관계자의 해석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자본잠식으로 매매정지된 광덕물산은 최대주주인 임모씨가 매매정지 직전인 8~9일 소유지분 6.23%를 모두 처분했다.

이 회사는 사업 목적에 LCD모듈이 추가됐다는 회사 측의 공시로 3~7일 3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 갔었다.

실적과 직접적 관계가 없거나 모호한 내용의 공시로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 17일 에머슨퍼시픽은 신행정수도 선정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중앙관광개발과 계열사인 대명개발 소유의 골프장이 신행정수도 후보지 인근에 있어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주장이었다. 에머슨퍼시픽은 공시에 힘입어 당일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3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4일 서울일렉트론은 한국HP와의 공급 계약체결을 공시하면서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보고했다가 다음날 이 부분을 삭제했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시가총액 50억원 미달을 사유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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