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권익지키기운동 …"백인들만의 땅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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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축제가 막을 내렸다고 꿈이 끝난 것은 아니다.

빅토리아시대의 영국풍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호주의 역사적인 건물 '퀸 빅토리아 빌딩' 지하도에서 디저리두를 부는 원주민을 만난다.

통나무 속을 파서 만든 디저리두에서는 마치 땅속 깊은 우물에서 퍼올리는 듯 풍성한 저음의 가락이 흘러나와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든다.

앞에 내놓은 가죽 재킷 위에 동전이 꽤 모였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다.

원주민 혼혈인인 듯한 곁의 여성은 역시 전통악기인 딱딱이로 장단을 맞추고, 두세명의 하얀 피부 사람들은 전단을 나눠 준다.

"원주민 권리를 지키자 - 이번 토요일 공공집회. " 1천7백만 가까운 호주 인구 가운데 원주민들은 현재 23만명 남짓. 백인들이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한 18세기 후반에는 30만명 수준이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원주민 계열' 작품의 일부는 지극히 현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달 37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숨진 조나단 브라운의 작품은 그가 태어나기 8년전부터, 그의 부족들이 살던 땅에서 약 6백회의 크고작은 영국의 핵실험이 벌어진 내력을 그대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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