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하의 통신개방]1.미국AT&T 시내전화사업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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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의 본격출범으로 인해 98년 1월1일 한국의 통신서비스시장은 세계 각국에 문호를 열어주게 된다. 개방된 한국통신서비스시장은 어떤 변화와 충격을 만나게될까. 개방시대의 한국통신시장을 미리 조망해본다.

98년 3월 세계 최대 전화회사 AT&T (미국전신전화) 는 2.6㎓ (1㎓는 10억㎐) 대역 (帶域) 의 전파를 종전보다 3배 이상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 회사는 세계 각국에 이 전파를 사용해서 데이터통신사업을 하게 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다.

AT&T의 신청을 접수한 정보통신부는 WTO 기본통신협정에 따라 AT&T의 사업신청을 수용한다.

서울 여의도·강남지역에 안테나를 세운 AT&T는 증권사.은행등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AT&T는 국내 중견기업과 지분 51대 49 (AT&T측 지분) 로 '한미통신' 이란 회사를 설립하고 국내통신업체로 부터 전용회선을 빌린다.

한미통신은 이 회선을 한국통신의 시내전화망과 연결, 음성서비스에 들어간다.

이 사업은 시내전화와 금융기관간 PC영상회의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 기업들의 환영을 받는다.

AT&T를 주시해온 한국통신은 ▶한미통신이 정부 허가 없이 시내전화사업에 참여했고 ▶전화회사의 외국인 지분상한이 33%인 점을 들어 외국인이 49%나 지분을 소유한 한미통신의 사업은 위법이라며 정통부에 허가취소를 요구한다.

한국통신은 한미통신의 시내망과 접속도 거부한다.

AT&T는 불공정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신위원회를 잇따라 접촉하고 통신위가 다소 불리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판단, 공정위에 이 문제를 제소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AT&T는 미무역대표부 (USTR)에 협조를 요청했다.

AT&T는 제2시내전화 하나로통신이 9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내 PC영상회의시장을 선점하려는 복안에 따라 이 사건의 조기 타결에 매달린다.

USTR은 미종합무역법 1374조에 의해 한국을 통신분야 우선협상국 (PFC) 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우리측에 전달해온다.

정통부는 미국의 이같은 방침이 국제통상의 다자간협상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WTO에 제소할 의향을 내비친다.

미국은 일단 WTO에 제소되면 해결되기까지 2년3개월이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측이 다시 들고나온 무기는 미국 통신법의 평등경쟁심사규정 (ECO) 조항. 상대국 시장이 미국만큼 자유롭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내 관련기업에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미연방통신위원회 (FCC) 도 여기에 가담, 미국 개인휴대통신 (PCS) 기업 순위 세번째인 넥스트웨이브사 지분을 검토해본 결과 한국전력.LG정보통신등 한국기업 지분이 미국내 법정 한도 25%가 넘는다며 이들의 지분을 줄일 것을 명령한다.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T&T는 한국통신과 함께 월드파트너라는 국제적인 협력관계를 맺었지만 이같은 관계를 재고하겠다고 경고한다.

마지막 결정타가 날아온다.

한국통신은 97년11월 해외 증권시장에 이 회사 주식을 매각하려 했지만 국내 경제의 대외 신인도 악화로 매각이 무산됐다.

미 행정부와 금융기관은 최근 한국통신이 주식의 해외매각을 재시도중인 사실을 알고 협조해주지 않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미국 투자기관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국통신 주식이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재정경제원은 정통부와 한국통신에 미국측 의견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해온다.

정통부와 한국통신은 사면초가 (四面楚歌)에 빠지게 되고 AT&T는 전략대로 한국내 사업에 착수한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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