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복지부,수입식품 권한 다툼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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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쇠고기등 수입식품을 다루는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농림부의 갈등이 심각하다.

두 부처간의 감정대립은 수입식품 위생감시 체계의 허점으로 이어져 바로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O - 157균 사건의 경우 두 부처가 사건발생 초기단계부터 업무협의를 전혀 갖지 않아 대처과정에서 혼선을 빚는 바람에 감염 쇠고기가 시중에 대량 유통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본부와 농림부 수의과학연구소는 감염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각자 다른 방법으로 O - 157균 검사를 계속하고 있어 6일 미국 검역단 방문을 앞두고 적전분열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 갈등 = 두 부처는 지난 8월13일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미국 허드슨 푸드사의 햄버거가 O - 157균 감염 우려로 자진 회수된다" 는 공문을 각각 접수했다.

그러나 이들은 농림부가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O - 157균 검출을 발표한 지난달 26일까지 40여일간 단 한차례의 업무협의도 갖지 않았다.

농림부는 8월26일 네브래스카산 쇠고기에 대해 전량 검사에 착수했고 복지부는 독자적으로 8월16일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도 않는 문제의 햄버거를 검사하도록 엉뚱한 지시를 내렸다.

특히 농림부는 지난달 13일 동물검역소 부산지소로부터 "미국 IBP사의 수입쇠고기가 O - 157대장균에 오염됐다고 판단된다" 는 구두보고를 받고도 지난달 26일 오염사실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 복지부에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농림부는 26일 오후에 전화 한통화 없이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만을 팩스로 보내왔다" 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시판중인 쇠고기에는 문제가 없다" 고 서둘러 발표했다가 하루만에 "시판 수입쇠고기의 샘플을 수거해 긴급 재검사를 벌이겠다" 고 번복하는등 혼선을 빚었다.

그러자 복지부는 29일 "정밀검사를 위해 수의과학연구소 전문요원을 파견하겠다" 는 농림부의 제의를 거절해 버렸다.

◇ 원인 = 현재 수입식육의 검역은 농림부, 수입수산물의 검역은 해양수산부, 유통단계 식품의 수거검사는 복지부가 맡고 있다.

이처럼 수입식품 검사체계가 다원화한 상태에서 두 부처가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힘겨루기와 함께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복지부의 햄.소시지등 축산가공식품 관리 업무를 농림부가 넘겨받겠다며 지난 4월 축산물위생처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발족한 만큼 국민건강 위해 요인에 대한 체계적.전문적 관리를 위해 수입검사와 사후 유통수거 검사업무를 전담하겠다" 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수입식품 검사는 인수 (人獸) 공통전염병 전문가인 수의 (獸醫) 행정가가 맡는 것이 국제적 관행" 이라고 맞서고 있있다.

이하경.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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