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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바람직한 입학사정관제, 관건은 신뢰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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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는 대학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입시에선 지난해보다 33개 늘어난 49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다. 이들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모집 인원을 대폭 늘리는 입시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양대처럼 모집 인원을 1년 만에 50배나 늘리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POSTECH처럼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대학도 있다. 홍익대는 미술 실기고사를 없애고 미술전문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입학 업무만 전담하는 전문가가 학생의 성적·잠재력·소질·환경·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해 신입생을 뽑는 제도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는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신뢰 확보 없이는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학생의 잠재력·소질 등 정성적(定性的)인 요소를 평가하는 만큼 입학사정관의 자의적 주관이 개입할 것이란 우려부터 불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각 대학이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선발기준의 타당성과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홍익대 미대 입학사정관제만 해도 그렇다. 기존의 실기고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발방식과 기준을 내놓지 못하면 입시 결과를 놓고 시시비비가 생길 공산이 크다.

입학사정관의 자질과 윤리의식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 신분 안정화가 필요하다. 2007년 10개 대학이 처음 채용한 입학사정관 36명 중 32명이 비정규직이었고, 그 후 10명이 이직했다고 한다. 이런 식이어선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사명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법인 이사나 교수 등 대학 관계자 자녀의 해당 대학 입학사정관제 지원에 제한을 두는 제도적 장치도 선발의 공정성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바람직한 제도이긴 하나 무작정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데이터와 경험을 쌓아가면서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속도 조절의 지혜가 필요하다. 치밀한 준비 없이 시행하다 문제가 생길 경우 대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설 자리를 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