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골프장내 숙박시설…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문체부는 최근 골프장내에 호텔.콘도등 숙박시설을 허용하고 클럽하우스 연면적 제한을 폐지하는 것등을 내용으로 하는 '체육시설의 설치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규칙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시설들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기여해 관광수지 적자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골프장은 사치성 재산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어느 나라보다 회원권의 가격과 사용료가 비싼 실정이다.

이런 조건에서 골프장을 매개로 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설사 약간의 긍정적 요소가 있더라도 그것이 과연 골프장이 안고 있는 환경적.사회적 폐해를 능히 뛰어넘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골프장은 우리의 자연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스포츠 시설이다.

가파른 산지 지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골프장을 짓기 위해선 엄청난 규모로 산을 깎아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산림 훼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 이렇게 조성된 대지에 수입잔디를 깔고 키우는 일은 역시 엄청난 양의 수자원과 농약의 사용을 불가피하게 한다.

그 결과 폭우때 산사태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빗물에 씻겨 내려간 농약으로 인해 하천이 오염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골프장 주변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골프장 건설 자체를 반대해 왔던 것이다.

특히 현재 이용중이거나 허가.건설중인 2백4개의 골프장중 약 15% (31개) 의 골프장이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 주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수도권 시민의 식수가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농약과 생활오수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물론 업자들은 골프장의 최종 방류수에 대한 수질 기준이 다른 폐수 유발 시설보다 강화돼 있어 문제가 없다지만 골프장 방류수에 대한 수질검사가 1년에 한번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어 검사 자체의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또 골프장 방류수에 대한 총량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제 오염 부하량은 측정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한술 더떠 현재 팔당상수원의 주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숙박.위락시설을 골프장내에 허용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수질 오염원을 추가하는 것으로 식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수도권 시민들의 심정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처사다.

한편 골프장내 숙박시설 허용은 골프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종합위락단지 건설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도권 주변의 산림.녹지 훼손과 더불어 잦아드는 기미를 보이던 부동산 투기의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이래 벌써 수도권 일부에서는 골프장내와 주변 숙박시설이 입도선매될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현재 골프장은 상수원 보호구역 주변 뿐만 아니라 그린벨트 내에도 10개나 존재하고 있다.

상수원 보호와 그린벨트 보전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불이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현실에서 상수원 보호구역 주변과 그린벨트내 골프장들에 호화스러운 호텔과 콘도가 들어선다면 주민들이 느끼게 될 박탈감과 배신감은 과연 어떠하겠는가.

상수원 보호구역과 그린벨트 지역내 주민들의 고통과 인내를 비웃는 일을 정부가 앞장서서 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서왕진 <경실련 환경센터 사무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