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여야 공천경쟁 뜨거워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나라당
경주서 ‘친이’ 유력하자 정수성 고민
박 대표 “부평 안 간다” 출마설 부인

“(최근) 부평 근처도 가 본 일이 없다. 인천에 갈 때도 누가 뭐라고 할까 봐 일부러 부평은 안 지나갔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부평을 재·보선 출마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다. 박 대표는 “부평의 ‘부’자도 얘기해 본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나라당은 이날 재·보선 공천 신청을 마감했다. 박 대표는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결심만 하면 전략공천을 통해 얼마든지 출마가 가능하다. 그러나 박 대표의 발언은 그가 부평을에선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 것 같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날 오후부터 휴가에 들어간 그는 기자들이 “휴가를 부평에서 보낼 생각은 없느냐”고 농담을 건네자 “거긴 당분간 안 간다”고 응수했다.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최근 안경률 사무총장이 “필요하다면 당원들의 뜻을 모아 대표에게 출마를 건의해 볼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사무총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다”고 잘랐다. 하지만 박 대표의 재·보선 불출마가 확정됐다고 단언하긴 이르다. 이날 당 상임고문단 오찬에서도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 핵심부에선 여전히 박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경남 양산 등 대법원의 당선무효 확정판결이 나는 지역구가 더 생길지도 봐야 한다.

또 하나의 관심지역인 경주에선 예상대로 정종복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반면 친 박근혜계인 정수성 후보는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정수성 후보는 당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 전 의원과 공천 대결을 벌이는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선거법상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면 본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일각에선 친박계 포용 차원에서 정수성 후보를 전략 공천하는 방안도 거론하지만 공천의 대세는 정 전 의원에게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나라당 정종복 대 무소속 정수성의 선거구도가 형성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공천 신청 받아보니=부평을에 10명이 몰려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부평을의 판세가 여당에 썩 유리하다고 보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의외로 높다. 박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당내에 뚜렷한 강자가 없다는 점이 경쟁을 부추겼다는 관측이다. 경주엔 7명이 신청했다. 한나라당의 불모지인 전주 덕진과 완산갑은 각각 4명이었다.

김정하 기자

민주당
“정 전 장관, 내일 최종 입장 발표”
이미경 공천위장 “경쟁으로 결정”

4·29 재·보선을 향한 민주당 내부의 공천 경쟁이 궤도에 올랐다. 민주당은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내 공천심사위원회의 윤곽을 그렸다. 이미경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신문식 사무부총장, 정장선·박선숙 의원,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키로 했다. 민주당은 외부 인사 두 명 정도를 추가한 공심위원 명단을 주중에 발표한 뒤 3월 말까지 후보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민주당 재·보선 공천의 이슈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 여부도 곧 결론 날 전망이다. 정 전 장관의 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정 전 장관이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성은 여전히 50대50”이라며 “다만 현지의 정 전 장관 지지단체인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 창립총회(지난 6일)에서 40여 명의 지지자가 귀국 촉구 결의문을 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공천심사위 출범이 임박함에 따라 이미 전주 완산갑 출마 의사를 밝힌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비서실장과 정 전 장관(전주 덕진)의 공천을 둘러싼 당내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장에 내정된 이미경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과 직간접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며 “두 지역(덕진과 완산갑) 모두 훌륭한 후보가 너무 많이 출마하려고 하니까 두 분만이 아니라 모두가 경쟁하는 속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도 훌륭한 후보들이, 지역에서 열심히 일해 온 후보들이 있기 때문에 같이 모든 면에서 열어 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가 정하는 전략공천 방식으로 두 사람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배제하지도 않겠다는 묘한 뉘앙스를 담은 말이다.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두 사람의 출마에 대한 당의 부정적 기류를 전달함과 동시에 공천 배제설로 인한 내홍도 최소화하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인천 부평을, 그리고 보궐선거 가능성이 있는 울산 북 지역구에선 진보신당·민주노동당과의 연합공천 논의도 시작할 계획이다. 김교흥 사무부총장은 “울산북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지지가 높고, 인천 부평을은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해선 연합공천이 필수적이라는 게 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