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영국총리 지지도 93%…절대적 신뢰 업고 개헌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새로운 영국' 을 내걸고 집권한지 5개월. 토니 블레어 (44) 영국총리가 18년만의 역사적 정권교체를 이루며 꿈꿨던 새로운 국가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디펜던트지의 지난 28일 여론조사 결과 현재 블레어 총리에 대한 영국민들의 지지도는 무려 93%. 영국민들이 5개월간을 지켜본후 지금 블레어에게 보내는 믿음은 가위 절대적이다.

블레어 총리는 29일 잉글랜드 남부 브라이턴에서 개막되는 집권 노동당 전당대회를 통해 우선 당내 개혁과 단합을 도모한후 그 여세를 몰아 헌법개정 작업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헌법개정을 통해 그가 장기적으로 건설하려는 새로운 영국은 지방분권 국가.

그래서 지금의 연합왕국 (United Kingdom) 이 분열왕국 (Disunited Kingdom) 으로 가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헌법개정 내용은 크게 세 방향이다.

먼저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작업이다.

권한이양에 따라 오는 2000년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독자의회가 설립되면 중앙정부는 국방.외교.재정을 제외한 각종 행정권한을 독자의회에 이양한다.

이와 함께 역시 2000년을 목표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계획을 준비중이다.

다음은 귀족원인 상원을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로 구성하는 것이다.

영국의 의회제도는 하원우위 원칙이 확고하다.

하지만 상원은 법률안 통과를 지연시킬 수 있으며, 별도의 대법원이 없는 영국에서 대법원의 기능을 하는등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블레어는 상원도 하원처럼 민선 (民選) 으로 만들어 여왕의 임명만으로 상원의원이 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귀족들의 사회적 지위와 발언권이 약해질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은 가장 민감한 문제인 군주제다.

최근 영국에선 다이애나 전왕세자비의 죽음이후 왕실의 인기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왕실의 존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 나오고, 특히 25세이하 젊은층은 3분의2가 왕실 무용론자 (無用論者) 다.

블레어 총리는 비록 군주제 폐지론자는 아니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왕실도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는 '새로운 군주제' 를 표방하고 있다.

블레어의 구상은 한마디로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그랜드 플랜' 이다.

전통을 대단히 존중하는 영국의 국민성이 그래서 그의 새 영국 구상과 어떻게 조화를 찾아나갈지 더 주목되는 것이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