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볼모 … 북·미 대화 역효과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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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통행이 재개된 10일 오후 남측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공단 관계자들이 입경 수속을 밟고 있다. [도라산역=안성식 기자]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단 ‘미국 의식론’이 나온다. 한 당국자는 “북한으로선 키 리졸브 연습을 문제 삼아 시작한 긴장 고조 전략이 오히려 ‘민간인 억류’ ‘볼모’ 등의 인도적 이슈로 비화될 경우 향후 북·미 대화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긴장 고조 전략의 속내는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야 긴장이 해소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한 압박이 오히려 미국의 대북 접근법을 경색시킬 가능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때 외교안보 부처 일각에선 국제사회에 ‘민간인 테러’로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북한의 격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국제 이슈화하면 나중에 이를 수습할 퇴로도 없어 아이디어 차원으로 끝낸 바 있다.

북한 군부가 파장을 따지지 않은 채 군 통신선 차단을 대외·대남 파트와 협의 없이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중앙 차원에서 재조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의 총국 인사들은 통신선 차단 조치의 배경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우리 측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9일 밤 상황 보고서를 평양으로 올렸다”며 “군과 사전에 조율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으로선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우리 당국자들을 만나는 날 최고조로 긴장을 고조시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이를 다시 풀어 줘 정치적 부담은 피했다”며 “한반도 긴장 해소에 미국이 나서라는 대미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속내가 무엇이건 출입 재개를 대남 유화 메시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언제든 준비해 놓은 각종 대남 압박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데다 2보 압박을 위한 1보 후퇴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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