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건강지킴이 사업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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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 Start 운동본부’가 펼치는 건강지킴이 사업에 참여한 어린이가 서울 강남병원에서 충치 검사를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아~, 선생님 아파요."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강남병원 2층 소아과. 경기도 부천의 A공부방에서 온 초등학교 4학년 민수(가명)는 간호사 누나의 피 뽑는 주사바늘이 아팠던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눈물도 잠깐. 이렇게 큰 병원에는 처음 와 봤다는 민수는 신기한 듯 천진난만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민수는 몇년 전부터 배가 자주 아프고 어지럼 증세가 나타났지만 형편상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아파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민수는 난생 처음 건강검진을 받았고 몸에 정말 이상이 있는지도 곧 알 수 있게 돼 걱정을 덜게 됐다.

가난 대물림 끊어주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We Start 운동본부'가 집안 사정이 어려운 12세 이하의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건강지킴이'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운동본부는 아동지원단체인 '부스러기 사랑나눔회'와 함께 서울 강남병원과 을지병원에서 전국의 공부방에 다니는 아동 300명을 대상으로 한 무료 건강검진 1차 사업을 시작했다.

'We Start 운동' 협력병원인 두곳에서 동시 진행된 검진에서 28명의 아이는 ▶발육상태(키.몸무게.체지방)▶영양상태▶질병상태(빈혈.간염.충치.시력.결핵 등)▶정신건강 등 분야별로 꼼꼼한 검사를 받았다. 나머지 아이도 다음달 8일까지 모두 검진을 받는다.

민수 등 10명을 데려온 김모 선생님은 "12년째 공부방 일을 하면서 아이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돌볼 만한 지원 프로그램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We Start 운동'이 새 모델을 제시했다"면서 "나머지 공부방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B공부방의 이모 선생님은 "집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주 굶거나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어 소아비만에 걸린 아이가 많다"고 전했다.

이날 검진 결과 일부 아이는 간염.DPT.소아마비.MMR(홍역.볼거리.풍진) 등 기본적인 예방접종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안영민 을지병원 소아과장은 "문제가 드러난 아이들은 대한소아과학회에 의뢰해 해당 지역의 소아과 병원에서 큰 비용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건강지킴이 사업='We Start 운동본부'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하고 치료를 도와주는 사업. 재원과 협력병원 선정 등을 고려해 검진 대상을 결정한 뒤 사회복지사가 아이들의 생활과 건강 실태를 파악한다. 이후 아이들을 협력병원으로 데려와 정밀 검진을 하고 질병이 발견될 경우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02-318-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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