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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가디언·NYT·WSJ … 전 세계 유력지 대부분 판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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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1세기 세계신문산업을 관통하는 뚜렷한 트렌드가 있다. 신문 크기를 줄이는 판 바꾸기다. 독자들이 더 편안하게 신문을 읽도록 하기 위해서다. 작은 대신 두꺼워져서 보다 깊이 있는 콘텐트를 알차게 담으려는 노력이다. 최고의 인쇄기 도입으로 지면을 컬러로 제작해 신문에 화려한 색상을 입힘으로써 독자들의 눈길을 끌려는 목표도 있다. 판 바꾸기를 통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급스럽고 맵시 있는 신문을 제작하려는 것이다. 세계신문협회(WAN)에 따르면 2001년 이후 100개가 넘는 유력지들이 판을 바꿨다.

세계적으로 신문 사이즈의 유형은 60가지나 된다.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고 정체성을 갖기 위해 다양한 모습을 갖춘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신문계는 다이어트에 나섰다. 신문 판 바꾸기의 진원지는 세계 신문 시장 중 최대 격전지인 런던이다. 2003년 고급지인 인디펜던트가 앞장섰다. 대판에서 절반 크기인 콤팩트판(타블로이드판)으로 크기를 줄였다. 이어 223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더 타임스도 뒤따랐다. 두 신문 모두 부수가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영향을 받은 가디언은 대판과 콤팩트판의 중간 크기인 베를리너판으로 바꿨다. 새 중앙일보와 같은 크기다.

미국 신문들도 앞다투어 크기를 줄였다. 2007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가로를 7.6㎝ 줄였고, 뉴욕 타임스는 신문의 가로 폭을 3.8㎝ 줄였다. 날씬해진 것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콤팩트판 크기로 갔다. 워싱턴 포스트나 USA투데이는 이미 크기를 줄인 상태다.

세계 신문업계는 신문 사이즈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지금의 중앙일보 크기를 대판, 새 중앙일보와 중앙SUNDAY 크기를 베를리너판, 메트로 등 무료신문의 크기를 콤팩트판으로 부른다. 최근 들어 고급지들은 베를리너판을 선호한다. 프랑스의 최고 고급지로 평가받는 르몽드, 스페인의 엘파이스, 스위스의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영국의 가디언 등 거의가 베를리너판 신문들이다. 독일의 경우 전체 신문의 43%가 베를리너판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약 20개 신문이 베를리너판으로 바꿨다. 이는 보기 편한 신문, 고급 신문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를리너 사이즈는 대판 사이즈보다 지면이 약 29% 줄어든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와 잉크, 필름의 사용을 줄여 결과적으로 친환경 신문을 제작할 수 있다. 베를리너판은 읽기 편하고, 디자인도 세련돼 젊은 독자들은 편안하고 부담 없다고 느낀다.

김택환 멀티미디어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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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크기= 세계에서 발행되는 신문 크기는 크게 3종류입니다. 가장 큰 신문이 국내 종합일간지의 크기인 대판(Broadsheet)으로 가로 391㎜, 세로 545㎜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 크기의 신문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베를리너판으로 가로 323㎜, 세로 470㎜입니다. 국내에서 중앙SUNDAY가 첫선을 보인 바 있고 종합일간지 가운데 중앙일보가 처음으로 이 판을 도입합니다. 마지막 하나는 콤팩트판(타블로이드)입니다. 가로 272㎜, 세로 391㎜로 대판 크기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국내 스포츠신문 가운데 처음으로 IS 일간스포츠가 16일부터 콤팩트판으로 바뀝니다.

세계 신문 70%가 ‘판 바꿔 고급화’
워싱턴 신문박물관 Newseum 가 보니

뉴지엄 로비에 전시된 세계의 신문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뉴지엄(Newseum)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 박물관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언론의 역사와 현주소를 보여준다. 뉴스(News)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인 뉴지엄은 2002년까지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었다. 비영리 인권단체인 프리덤 포럼(Freedom Forum)이 4500억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워싱턴 한복판에 새로 개관했다.

좌우로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이 한눈에 보이는 뉴지엄의 6층 전시실에는 매일 전세계 주요 신문의 1면이 업데이트돼 전시된다. 지난달 19일 현장에는 84개의 전 세계 신문 19일자 1면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해당 언론사로부터 PDF 파일을 받은 뒤 컬러 복사기를 이용해 전시해 놓은 것이다. 구석에 있는 터치스크린 컴퓨터에선 100개가 넘는 신문사의 1면을 검색할 수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이곳에서 매일 1면을 교체해 온 뉴지엄 직원 리니얼 할러퀸은 “신문들의 크기가 다양하다. 추세가 어떠냐”는 질문에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뚜렷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된 신문은 미국 신문 59종과 다른 나라 신문 25종. 이중 현재 중앙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일간지 크기인 대판(Broadsheet)과 크기가 같거나 더 큰 신문은 덴마크의 폴리티켄(Politiken),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포스트 등 모두 25개(미국 신문은 11개)였다. 나머지 59종은 모두 대판보다 작았다. 이중 14종은 중앙일보가 새롭게 선보이는 베를리너판보다 작은 콤팩트(Compact)판이었다. 전 세계 신문의 70%가 이미 대판보다 작은 형태로 정착해 있는 것이다.

할러퀸은 신문 크기의 변화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4층의 ‘9·11테러 기념관’으로 안내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사진을 실은 전 세계 100여 신문들의 1면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할러퀸은 “봐라. 8년 전 신문이 어떠했는지”라고 말했다. 90%가 넘는, 거의 모든 신문이 대판 형태이거나 더 컸다. 그는 “1층 뉴스 역사관에서 보다 이전의 신문들을 살펴보면 거대한 크기에 더욱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사이에도 눈에 띄게 신문 판형이 줄어들었으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신문사들의 노력에는 전 세계가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History 변화를 선도해 온 중앙일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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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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