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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바꿨다 ① 베를리너판, 인체공학적 최적 사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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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신문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온 중앙일보가 다시 한번 도약한다. 중앙일보는 16일 국내 일간지 중 처음으로 선진국형 베를리너판을 선보인다. 세계의 고급지들도 최적의 신문 크기인 베를리너판을 잇따라 선택하고 있다. 앞서 중앙일보는 2008년 1월 일요판인 중앙SUNDAY부터 베를리너판으로 바꾼 뒤 1년여간 디자인 개발과 윤전기 교체 등으로 새 판을 준비해 왔다.


판을 바꾸는 이유는 독자가 원하고, 독자를 위해서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12월 독자·비독자 200명을 조사한 결과 78%가 베를리너판을 선호했다. 다른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 중에서도 70% 이상이 새 중앙일보로 바꾸고 싶다고 답했다.

베를리너판의 만족도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사람의 팔 길이, 눈 구조 등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가장 편한 사이즈(가로 323㎜, 세로 470㎜)이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세진 인체치수데이터 센터장(박사)은 “대판 사이즈(가로 391㎜, 세로 545㎜)인 한국의 일간지는 두 손으로 신문을 펼치면 어깨 너비에 비해 너무 커 불편했다”며 “베를리너판이 인체공학적으로 이상적인 신문 크기”라고 말했다. 베를리너판은 펼치더라도 시야의 분산이 적어 결과적으로 정보를 더 빨리 머릿속에 전달해 주는 장점이 있다.


이동이 많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 데도 베를리너판이 뛰어나다. 비행기·지하철·버스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신문을 읽을 때 옆사람에게 불편을 끼칠 가능성이 없다. 크기만 보면 콤팩트판(가로 272㎜, 세로 391㎜·타블로이드판)이 더 작지만 충분한 양의 정보를 담고, 깊이있는 뉴스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중앙일보 독자 황영선(39·회사원)씨는 “좁은 공간에서 신문(대판)을 반듯하게 접기도 어렵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일종의 스트레스였다”며 “중앙일보가 베를리너판으로 바꾸는 것은 독자의 생활 습관을 고려해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읽을 수 있는 베를리너판의 장점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정보의 초원을 지나는 ‘신 유목민(neo nomad)’으로 비유되는 현대인은 미디어에 대해 이동성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주요 77개국 상위 10위권 내 신문의 60% 이상이 신문 크기를 줄여가는 추세다. 한국과 일본 신문만 대판을 고수하고 있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영석 교수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의 등장에서 볼 수 있듯 미디어의 이동성이 중요해진 세상에서 중앙일보의 베를리너판 도입은 매우 실용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새 중앙일보는 판을 바꾸는 것을 계기로 콘텐트의 혁신과 함께 디자인 개념을 본격적으로 신문 제작에 도입했다. 깊이 있고 독자와 관련성(relevance) 있는 기사를 강화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진과 그래픽 사용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해상도를 높인 전용 활자, 기사·사진·그래픽을 2개 면에 펼치는 새로운 지면 편집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도 개발했다. 지금까지 한국 신문이 ‘읽는 신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중앙일보는 ‘보는 신문’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김정기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장)한국언론학회장은 “전문기자제 실시, 섹션 신문, 가로쓰기 도입 등으로 한국 신문의 변화를 주도한 중앙일보가 대판에서 베를리너판으로 바꾸는 것은 언론의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신문 콘텐트의 고급화를 이뤄 독자로부터 신뢰받는 신문으로 도약할 것”을 주문했다.

김종문 기자

베를리너판=19세기 말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대부분 신문의 크기가 가로 315㎜, 세로 470㎜였습니다. 베를리너판(Berliner format)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것은 독일 북부 프로이센에서 발간되는 큰 사이즈의 신문과 라인지방의 일반적인 크기에 차별을 두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당시 영국과 프로이센 등에서는 신문을 크게 제작했습니다. 신문의 페이지 수에 따라 세금을 매겼기 때문입니다. 독일표준규격연구소(DIN)에 처음으로 베를리너판이라는 용어가 신문 크기로 등재된 건 1922년입니다. 일각에선 DIN연구소가 베를린에 있기 때문에 그곳의 일반적인 신문 사이즈를 한 유형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베를리너판으로 발행한 최초 신문은 독일 북부의 뤼벡 뉴스입니다. 1888년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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