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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아직도 ‘디젤 = 공해, LPG = 친환경’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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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는 녹색성장을 위해 2013년까지 ‘그린카(Green Car) 4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그린카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미래형 차를 말한다. 하지만 국내는 그린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이 때문에 디젤차에 비해 연비도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LPG차량이 그린카로 규정되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쏘나타 2000㏄ 모델을 기준으로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져본 결과 디젤이 각각 13.4㎞/L와 194g/㎞로, 가솔린 모델(11.5㎞/L, 204g/㎞)이나 LPG 모델(9.0㎞/L, 196g/㎞)에 비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2005년 이후 나오는 디젤차는 매연정화장치(DPF)를 장착해 연비가 뛰어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 체계 등은 그 이전 기준에 맞춰져 있다. 디젤차가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수 감소를 이유로 환경개선부담금 폐지에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잇따른 지적에 최근에서야 이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한국과학재단 정동수 국책연구본부장은 “과거의 잣대로 LPG차는 그린카이고 디젤차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LPG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연료를 활용하기 위해 한때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LPG가 모자라 수입해야 하고, 경유는 남아서 수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카 정책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그린카 정책에서 정보기술(IT) 분야가 소홀하다는 얘기다. 즉 그린카는 센서 기술 등 컴퓨터 제어 기술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의 그린카 정책은 하이브리드카와 배터리 등 일부 기술 개발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선우명호(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센서 기술에 주력하는 반면 한국은 배터리 등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기술이 녹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꼬집었다. 일본 도요타는 전기모터와 가솔린 기관을 혼용하는 하이브리드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유럽은 연비가 동급 가솔린보다 배 이상 좋은 클린 디젤 분야에서 이미 앞서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카 정책의 핵심은 집안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듯 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그 부품 개발에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하이브리드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이브리드카는 우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세제 지원이 없을 경우 기존 자동차보다 30∼50% 비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한 뒤 내년부터는 쏘나타와 로체 등 중형 가솔린-하이브리드카를 내놓아 연 3만 대 생산규모를 갖추기로 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한 대당 280만원 수준으로 8000대분에 할 방침이다. 나머지 2만여 대는 계획이 없다. 이 차가 팔리지 않을 경우 시장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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