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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소주 안주로 중국사업을 씹다”

중앙일보

입력

상하이에서 친구가 하나 와 만났습니다.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합니다. 삼겹살에 소주가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희 중앙일보 앞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삼겹살 집' 있는 것 아시지요? 그리 뫼셨지요. 좋아라 하더군요.

소주가 몇 순 돌았습니다. 그가 한 마디 합니다.

"한 기자님, 한국 기업들 다 어렵다고 하잖아요. 근데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아직 살만 한가봐요"

"거기라고 용 빼는 재주 있겄냐?"

"제가 중국 자동차업체의 주문을 받아서 한국 부품업체에게 자주 발주를 해요. 그런데 너무 오래 걸려요. 3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품질은 좋지요. 그러나 지금 중국회사가 원하는 것은 품질보다는 가격, 가격보다는 시간입니다. 내가 그렇게 강조하고, 시간을 땅겨 달래도 영 안들어요"

"그 분들이 기술에 혼을 담고 생산하니까. 대충대충하려고 않겠지"

" 그러니까 아직 살만하다는 거죠. 주문에 맞춰야지요. 가격에 맞추고, 시간에 맞추고. 부품 설계도 보면 뻔이 나오는데, 그거 다 할 수 있거든요. 근데 솔직히 한국 사장님들은 중국이라면 일단 한 자락 깔고봐요. 뭐 큰 선심쓰는 양 대하지요. 이 가격이니까 할테면 해라, 뭐 그런 식이지요."

"제값에 받으려고 하나보지 뭐"

"그럼 할 수 없고요. 혼자 고고하면 뭐해요. 지금 대들보 썩어가 거 아닌가요? 눈높이를 맞추라는 겁니다.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달려들면 중국에 먹을 떡이 많은데, 왜 한국에서 그리 고생하시는 지 모르겠어요. 지금 중국 진출에 호기예요. 환율이 워낙 좋으니까요. 중국 자동차메이커들은 한국부품은 일단 믿거던요. 일단 수출하고, 된다 싶으면 지사 만들고, 정말 되겠다 싶으면 법인 만들어 유통관리하고, 이거다 싶으면 공장 짓고, 그렇게 사업하는 것 아닌가요? 이 호기를 왜 흘려보내는 지 모르겠어"

"아마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을 거야"

"기술보호 중요하지요. 그런데 보호만 하고 개발은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돈이 있어야 개발도 할 거 아닙니까? 일단 있는 기술을 활용해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팔고, 그 돈으로 또 다시 기술개발 해야지요. 그게 발전이지, 있는 기술 빼앗긴다고 움켜쥐고 있으면...중국 친구들은 바보인가요? 그 친구들 한국기업이 기술 안 줘도 금방 따라옵니다. 이제까지 그래 왔잖아요"

"그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중국이 크게 성장할 것 같은데, 이게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지. 고구려 역사공정 갈등으로 더 뚜렷해 졌어.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우리는 항상 우리가 중국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지. 언젠가 크게 당할 수도 있어."

"중국이 워낙 다양하니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잖아요"

"카센터 체인점 '스피트 메이트'가 상하이에서 히트치고 있다며? 정말이냐?"

"워낙 돈이 많은 회사니까요. 잘 하겠지요 뭐."

"반응이 왜 그래?"

"중국 자동차 시장 구조는 우리와 달라요. 자동차를 판매한 딜러회사가 AS까지 도맡아 하는 시스템입니다. 딜러의 파워가 무작 강하지요.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은 딜러가 지정한 카센터에 가야 서비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대형 딜러가 대부분 카센터까지 같이 하지요. 딜러들은 판매도 판매지만 나중에는 AS로 먹고 삽니다."

"스피드메이트가 그 아성을 뚫기가 쉽지 않겠구나"

"그렇죠. 스피드메이트는 자동차 수리만 하겠다는 건데, 이래서는 시장에 발 붙이기 힘들 겁니다. 중국에는 수백개 자동차 브랜드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많은 부품을 다 숙지할 수 있을까요? 턱도 없습니다. 부품도 문제예요. 한국과는 달리 부품 도매 업체가 한 곳에 몰려 있습니다. 카센터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어요. 카센터에서 전화만 하면 오토바이로 5분안에 가져다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예요. 그 많은 부품을 재고로 쌓아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빠르게 구입할 수도 없고. 스피드메이트는 어쩌면 타이어와 엔진오일을 바꾸는 업체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기업인데, 그 정도 몰랐겠냐? 뭔가 대책이 있겄지"

"그렇겠죠. 하여튼 지금 구조로는 어려울 겁니다. 자동차 판매(딜러) 사업에 나서던가, 아니면 기존 딜러를 잡아야 합니다. 해외 자동차 수입을 하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자기들이 팔고, 그러면서 자기들이 AS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겁니다. 돈이 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네요."

"어떻게 보면, 그 회사가 속한 그룹사하고 중국하고는 궁합이 잘 안맞는 것 같기도 해. 주력산업인 에너지 정보통신은 모두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분야야. 궁합 안 맞으니 주력사업은 확산이 늦고, 다른 길을 찾으려고 하다보니 엉뚱한 사업으로 실패하고 그러는 것 같아...병원을 해서 말아먹기도 했어"

"돈이 있으니까요.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 지는 모르지만, 그만한 돈이 있다면 나는 그렇게 안써요"

소주잔이 가물가물합니다.
파장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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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13억 경제학' 오프라인 모임

타이틀 : 천덕꾸러기 '차이나펀드', 어찌하오리까
일 시 : 3월 12일(목요일) 오후 6시30분.
장 소 : 신청자에게 이메일로 개별 통보(3월9일 통보)
신 청 : 이메일 신청 woodyhan@naver.com
성명, 핸드폰번호, 하시는 일 등을 위 이메일로 보내주십시요.
참가비 : 20,000원(강의료, 간단한 석식)
* 학생은 무료.

모든 분들에게 개방된 세미나입니다. 많은 참여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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