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쇼 “금이냐 정부냐, 난 금에 한 표 던지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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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20면

금이 문헌상 처음 언급된 것은 고대 이집트에서 편찬된 법전에서다. 기원전 4000∼5000년께다. 아랍인은 “금이나 은으로 만든 잔으로 술을 마시는 것은 지옥불을 마시는 것과 같다”는 마호메트의 훈계에도 불구하고 금을 욕망했다.

금에 대한 金言

금은 언제나 부족했다. 금에 대한 ‘타는 듯한’ 갈증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년)로 하여금 신대륙을 발견케 했다. 그가 1492년 10월 12일부터 1493년 1월 17일 사이에 쓴 항해일지에는 65번이나 금이 언급된다. 그는 “황금을 가진 사람은 영혼이 낙원에 가는 것까지도 도와주는 보물을 가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의 항해를 지원한 스페인의 페르난도 2세(1452~1516년)는 “금을 가져와라. 가능하면 인도적으로. 그러나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금을 가져와라”고 말했다.

‘황금의 제국’ 잉카는 금 때문에 멸망했다. 제국을 정복한 프란시스코 피사로(1471 또는 1476~1541년)에게 종교적 열정은 없었다. 한 사제가 그에게 원주민 개종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 줄 것을 요구하자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결코 그런 이유로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들에게서 금을 빼앗아가기 위해 왔습니다”라며.
금에 열광하는 것은 ‘금=돈’이기 때문이다.

금본위제도 그래서 나왔다.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년·아일랜드 극작가이자 소설가 및 평론가) 는 “금의 타고난 안정성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정부 관리들의 정직성과 지성을 믿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관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는 한 금에 표를 던지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샤를 드골(1890~1970년) 전 프랑스 대통령은 “금 이외에는 어떤 표준도 어떤 기준도 있을 수 없다.

금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금괴로도 막대기 모양으로도 금화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금에는 국적이 없으며 금은 영원하고 변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어디에서나 통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본위제는 끊임없이 위협받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두 번 총리를 역임한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년)는 “금본위제는 우리가 이룩한 상업적 번영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고 꼬집었다. 금본위제를 사수하려는 이들을 향해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년)는 “오늘날 수많은 우상파괴주의자가 아직도 황금 송아지를 숭배하고 있을 때 ‘황금은 야만적인 유물’이라고 썼던 것이 바로 나”라고 말했다.

1971년 미국이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금본위제는 종말을 고했지만 여전히 금본위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21세기에는 금이 국제적인 화폐 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로버트 먼델·199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라거나 “금에 기초하지 않은 화폐는 쇠퇴할 수밖에 없는 운명”(쑹훙빙'화폐전쟁'의 저자)이라는 언급이 그것이다.

금은 안전자산의 대명사다. 허버트 후버(1874~1964년) 전 미국 대통령은 “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은 투자 대상으로서도 매력적이다.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는 금의 투자가치를 일찍부터 강조해 왔다. 그는 “금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 금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수천 달러까지 오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금을 보유하고 있고 또 다른 이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식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나는 황금에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땅 속에서 파낸 그 보석을 다시 폭스보로(Foxboro·미 매사추세츠주)의 창고에 가져다 놓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금에 대한 투자를 부정적으로 봤다.

금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수없는 인간을 파멸로 몰아가기도 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서정시인인 핀다로스(BC 518~BC 438년)는 “금은 제우스의 자식이다. 나방도 녹도 그것을 집어삼키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은 이 최고의 소유물에 먹혀 버린다”며 경계했다.

존 러스킨(1819~1900년·영국의 비평가)은 만약 난파하는 배에서 자신의 전 재산인 금화가 든 가방을 가지고 뛰어내린 사람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면 “그가 금을 소유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금이 그를 소유한 것이었을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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