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각제 공약 여권 반응…주류 "그 길밖에 없다" 비주료선 냉소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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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의 내각제를 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

내각제 얘기만 나오면 즉각 논평.성명등을 통해 "말도 안된다" 며 펄쩍 뛰던 그런 당이 아니다.

'여당이 내각제 공약을 추진중' 이라는 20일자 본지 (本紙) 보도에 신한국당은 가만 있었다.

당내 분위기는 "그것밖에 없지 않느냐" 는 쪽으로 쫙 깔리기 시작했다.

이회창대선후보 진영부터가 어느새 내각제 찬성론자들로 돌변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김대중국민회의후보와 김종필자민련후보의 'DJP연합' 을 깨뜨리는게 급선무이므로 내각제 카드를 안꺼낼 수 없다" 고 말하는 측근들이 부쩍 늘어났다.

신경식 (辛卿植) 대선기획단 홍보본부장은 "내각제로 김종필후보만 끌어들이면 대선구도를 이회창 - 김대중 양자대결로 바꿀 수 있으므로 해볼만 하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李후보가 하루 속히 지지율 2위자리를 탈환해야 내각제 카드를 써먹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고 밝혔다.

청와대 분위기를 잘 아는 박범진 (朴範珍) 총재비서실장은 사견임을 전제, "李후보가 김종필후보와 손잡을 경우 개혁이미지에 다소 손상을 입겠지만 DJP연합 파괴라는 큰 이득이 있기 때문에 내각제에 매력을 느끼는 것" 이라며 "김종필총재는 김대중총재보다 우리당쪽과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실망의 목소리도 꽤 있다.

대통령중임제 개헌을 주장했던 김덕룡 (金德龍) 의원의 한 측근 의원은 "너무 정략적인 냄새가 난다.

金의원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의 핵인 서석재 (徐錫宰).서청원 (徐淸源) 의원쪽에선 "당이 국민의사도 묻지 않은채 내각제를 추진할 경우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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