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통질서-추석연휴의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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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추석연휴 동안 고속도로가 깨끗해졌다는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단속건수는 11배 늘었지만 쓰레기 투기량은 예년에 비해 13%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갓길운행.전용차로 위반건수도 25%로 줄어들었다는 집계가 나왔다.

이번 귀성.귀경길이라고 예년에 비해 차량수가 줄어든게 아니다.

비슷한 차량대수에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대이동을 했지만 결과는 훨씬 향상된 질서의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실종된 질서의식이 어느날 갑자기 되살아난게 아니다.

계도위주의 단속에서 엄벌위주로 전환하자 나타난 타율적 질서의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속도로에 휴지나 담배꽁초를 버릴 경우 경범죄 처벌로 3만~5만원의 범칙금을 물렸다.

올해부터는 폐기물관리법을 원용해 1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거기에 2천5백여 단속공무원이 휴일기간중 동원되고 카메라를 부착한 헬기가 공중에 뜨자 질서위반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우리는 이번 추석연휴의 경험을 통해 두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노력하면 질서의식은 바로잡힌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자율적 질서의식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엄벌위주의 단속 또한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엄벌주의로 나가야만 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이 한심하긴 하지만 질서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1백만원의 교육비도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물론 태형까지 등장하는 싱가포르식 엄벌위주 질서교육이 무턱대고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기초질서마저 지키지 못하는 시민이라면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질서의식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질서의식의 정착을 위해서는 반짝단속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고속도로에만 한정할 것도 없다.

등산길.공원.거리등에서 지속적으로 무질서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질서 위반자에게 물릴 수밖에 없다.

질서의식은 시민사회의 기초적 룰이라는 사실을 이번 추석연휴의 교통단속에서 배웠다면, 이 또한 값진 시민교육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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