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6·25 전쟁관련 교과서 개정 요구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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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훈처가 6.25전쟁과 관련해 초.중.고 교과서 개정을 요구한 것은 현재의 교과서로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호국.안보관을 확립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단적인 예는 6.25전쟁에 관한 부분이다.

청소년들이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을 교과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분량은 고작 14쪽이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도덕의 '한겨레 한사랑 - 현충일' (7쪽) ,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사 (하) 의 3쪽과 4쪽이다.

그나마 내용도 단순히 분단의 비극만을 묘사하고 (도덕) ,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 (국사) 한데 불과하다.

'국적없는 교과서' 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개정전의 90~95년판에는 그래도 초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3학년 1학기 도덕 (18쪽) , 4학년 1학기 국어 (7쪽) , 6학년 1학기 사회과 탐구 (4쪽)에서 6.25전쟁의 비극과 조국애를 일깨우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90~95년판 중학교 1학년 도덕에도 어느 병사의 회고록등을 통해 조국의 소중함과 분단의 교훈을 알려주는 내용이 28쪽이나 됐으나 96년 개정판에는 완전히 빠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6.25전쟁 관련의 교과내용을 삭제하고 대폭 줄인 것은 냉전 붕괴와 90년대초 일시적인 대북 화해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전쟁의 참상과 전몰.전상 군경의 활동상은 상세히 소개돼야 한다" 고 말했다.

초.중.고 교과서에 월남전 파병에 관한 부분이 나와있지 않은 점도 충격적이다.

7년간에 걸쳐 연인원 33만명을 파병, 헌신한 용사들에 관한 서술이 없는 것은 역사적 사실 측면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훈처측은 "월남전 참전 군인들이 열악한 이국땅에서 지금이야 어떻게 평가되든 당시의 관점에서 자유 수호를 위해 활약한 점과 월남전이 국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 점은 반드시 교과서에 반영돼야 한다" 고 말한다.

초.중.고 교과서의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관한 부분은 일본.영국 교과서와도 좋은 대비가 된다.

일본의 경우 2차세계대전에서 패한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당시의 참상과 교훈을 잊지 말자는 의도에서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에 7쪽의 아동소설을 싣고 있다.

중.고 교과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초.중.고 국어 교과서엔 6.25전쟁에 관한 내용이 없다.

게다가 일본 국사 교과서의 경우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자유서방 발간 고등학교 신일본사B는 6.25전쟁이 전후 (戰後) 특수를 일으켜 경제 부흥에 기여했고 월남전이 아시아의 안보질서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의 중.고교 과정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도 6.25전쟁과 월남전을 20세기 주요 사건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나라를 위해 공헌.희생할 수 있는 정신을 심어주고 공동체 의식을 높여줄 수 있는 것은 교과서를 통한 건전한 애국심 고취밖에 없다" 며 "이런 점에서 6.25전쟁등에 관한 부분은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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