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 직후 한나라당 이재오·이방호·정종복(59·사진) 전 의원은 지리산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낙선의 상처를 달랬다. 친이 진영의 핵심 3인이었지만 친박계로부터 ‘공천 파동 3인방’이란 집중 공격을 받아 충격의 패배를 당한 데 대한 신세 한탄이 오갔을 법하다. 이들 중 정 전 의원이 1년 만에 먼저 명예 회복에 나섰다. 경주 재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1일 선거구에 사무실을 열었다. 개소식엔 정몽준·이윤성·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이상득 의원의 직계다. 이변이 없는 한 공천이 유력하다.
문제는 당선될 수 있느냐다. 그가 지난해 친박연대 김일윤 후보에게 패배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 지지층의 ‘반 이명박’정서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정수성 예비역 육군 대장이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 전 대표는 일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 정수성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을 강행하며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때문에 정 전 의원은 지역에서 “친이와 친박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며 박근혜 지지층을 달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당내에서야 친이·친박이 있지만 정수성 후보는 아직 입당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친박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주장한다. 그는 올 초엔 친박계 핵심인 김무성 의원을 찾아가 “배지를 달면 당내 화합에 진력하겠다”며 화해를 시도했다고 한다. 그가 과연 친박 진영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가 선거 결과의 주요 변수다. 그가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친이 진영은 상당한 탄력을 받으며 당내 주도권을 행사하겠지만 그 반대라면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