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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어 추방위기…내년부터 광둥어만 강제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영토귀환에도 불구하고 영국적 전통이 짙게 남아 있던 홍콩에서 영국지배의 마지막 상징이었던 영어가 추방될 위기에 몰렸다.

홍콩특구 행정회의는 내년 9월부터 홍콩에서 모국어인 광둥어 (廣東語) 교육을 강제로 실시한다고 16일 발표했다.

광둥어는 중국표준어인 만다린과는 다른 광둥지방 사투리다.

행정회의가 제정한 '모어교육정책규정' 에 따르면 98년9월 시작되는 98학년 학기부터 영어실력이 부족한 중.고교에 대해서는 영어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동시에 모어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홍콩의 교육서는 지난 3년간 홍콩의 4백개 중.고교 초급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및 중국어 실력 평가를 실시해 2백19개 영어학교중 96개교만 '영어교육 가능' 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영어로 교육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1백23개의 영어학교는 98년도 새 학기부터 영어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광둥어만 사용해야 한다.

홍콩당국은 강제적인 모어교육정책으로 학생들의 전반적인 영어실력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중.고교 7년 과정중 4학년부터는 학생들의 영어실력에 따라 영어교육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마련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 규정 제정으로 가뜩이나 홍콩인들로부터 멀어져 가던 영어는 홍콩에서의 '입지' 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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