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Mr.이매뉴얼 삼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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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백악관의 문은 아침 일찍 열린다. 비서실장 람 이매뉴얼(49·사진左)이 오전 7시 간부회의를 주재하기 때문이다. 연방 하원의원 출신인 람은 ‘람보’라는 별명을 지닌 정치인답게 추진력을 발휘하면서 백악관 비서진을 확실하게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달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과 내각의 주요 인사 인선 과정에서 람과 모두 상의했다”며 “람은 오바마의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막강한 실력자로서의 위상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람의 친형 에제키엘(51·右)이 백악관에 들어가 또 다른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26일 보도했다. 에제키엘은 미국에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종양학자이자 생명윤리학자다. 오바마는 그를 예산국장 특보로 임명하면서 건강보험 개혁 방안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오바마는 미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건강보험·에너지·교육 등 3개 분야를 쇄신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선거 때 모든 계층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기 위해선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게 오바마의 생각이다.

백악관 예산국은 그 같은 증세안을 짜고 있다. 에제키엘은 고소득층이 내는 세금으로 건강보험체계를 전면 수술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건강 태스크포스팀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건강보험 문제를 다뤘다. 그동안 국립건강연구소(NIH) 생명윤리학 분야 책임자로 있으면서 건강보험 개혁과 관련해 여러 가지 논문도 발표했다.

에제키엘은 24일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개최한 재정 책임 회의에서 건강 분야를 논의할 차례가 되자 헤드 테이블에 앉아 회의를 주도했다. 폴리티코는 “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이 에제키엘을 둘러싸고 인사하느라 바빴다”며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으로 건강보험을 개혁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던) 톰 대슐이 (탈세 문제로) 보건장관에서 낙마한 뒤 건강보험 분야 권력은 급속히 재조정됐으며, 에제키엘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제키엘의 판단은 오바마와 람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람의 동생 애리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애리는 베버리힐스의 대형 연예기획사 ‘인데버 에이전시’를 세웠다. 할리우드의 수퍼 에이전트다. 제시카 알바, 리스 위더스푼, 제니퍼 가너 등이 그곳 소속이다. 인기 TV드라마 ‘앙투라지’의 주인공 애리 골드의 실존 모델이기도 한 애리는 지난해 대선 때 상당수의 할리우드 스타를 오바마 편으로 끌어들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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