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한 학자들 '만남' 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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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남북.해외 학자 통일회의' 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열렸다.

남의 한국통일학술포럼과 북의 사회정치학회가 주최한 이 모임에서 남북및 해외학자 30여명이 이틀간 정치화해.군사안보.교류협력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현재 사실상 남북 당국간 대화는 막혀 있고 잇따른 탈북 망명으로 북한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차원의 접촉과 교류의 필요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 주도의 식량지원으로 남북관계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남북 학자들의 만남 자체가 통일논의의 활성화와 민간차원의 교류를 증대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남북 학자들의 학술토론은 대체로 평행선을 긋기 십상이다.

개혁.개방이 북한이 살 길이라고 남쪽 학자들이 아무리 설득한다 해도 북의 학자들은 체제가 다른데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토론이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게 마련이다.

잦은 토론이 상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남쪽 학자들이 제안한 남북 공동출자 형식의 은행설립안이나 투자보장협정, 북한경제에 대한 남쪽 전문가들의 자문 제안 등은 실제로 가능한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경청할 만한 구체적 교류방안일 것이다.

북한 경제뿐 아니라 길게 보아 남쪽 경제를 위해서도 남북경협은 중시해야 할 현실적 대안이다.

두차례 베이징 만남에서 남북 학자들이 공통으로 갖는 불평은 언제까지 우리 문제를 외국땅에서 토론할 것이냐는 점이다.

'통일문제의 한반도화' 를 민간차원에서 활성화하려면 남북을 오가며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접근도 이번 만남에서 얻어낸 소중한 성과다.

잦은 만남이 교류와 협력의 길을 튼다.

남북 학자들의 다음 만남이 서울과 평양에서 열릴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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