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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한국판 셜록 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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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슥한 이곳 어디에 범인의 흔적이 있을까. 모델은 서울 서부경찰서 이대우(38) 형사.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식으로 불이 날 수 있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박남규(40)화재연구실장. 그는 1999년 경남 창원에서 일어났던 룸살롱 화재 사건을 이렇게 기억했다.

불이 난 룸살롱은 지하 2층과 1층에 10여개씩 모두 20개 이상의 방을 갖춘 곳. 불은 한시간여 동안 지하 2층만을 태우고 꺼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대원과 경찰이 화재 원인을 찾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라이터나 재떨이도 없었다. 전기 배선에도 문제가 없었고, 누군가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더욱 특이한 점은 지하의 모든 방에서 동시에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는 것. 보통은 한곳에서 불이 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마련이다. 사람이 불을 질렀다면 그 많은 방에 동시에 방화를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사람의 소행이었다. 범인도 잡혔다. 작은 증거를 바탕으로 추리를 하고, 그 추리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고 또 찾아 헤맨 결과였다.

벌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슬슬 추리소설에 손이 가는 계절이다. 하지만 굳이 소설책만을 찾을 필요는 없다. 현실에서도 소설 못지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week&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수사 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잊지 못할 사건'들을 들었다. 범인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 끝에 승리를 거둔 자랑스러움도 있었다. 반대로 진범을 못 밝혀내 가슴에 한이 맺힌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혹시 내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모는 것이 아닌가'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범인을 잡으려고 1000발을 더 뛸 것이다.

글=권혁주.김필규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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