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 조성과정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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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1세기 과학기술입국 실현과 국토 균형발전을 목표로 시작된 광주첨단과학산업연구단지가 한낱 주거.공업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빠져있다.

한국토지공사가 연구시설용지를 주거.공장용지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마저 연구시설용지 수요가 없어 장기간 방치되고 있고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토지공사의 입장을 외면만 할 수는 없다며 동조하고 있다.

광주가 첨단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리라는 기대가 일장춘몽 (一場春夢) 으로 끝날 처지인 것이다.

중앙일보 호남취재본부는 25일 오전 하두봉 (河斗鳳) 광주과학기술원장과 송인성 (宋仁城) 전남대교수, 윤장현 (尹壯鉉) 시민연대모임공동대표을 초청, 광주시광산구장덕동 본사 광주공장 회의실에서 긴급좌담회를 갖고 광주첨단과학산업연구단지의 조성과정과 계획변경의 문제점등을 짚어보고 해결책은 없는지 모색해봤다.

宋〓첨단단지는 우리나라의 21세기 산업구조를 첨단으로 바꾸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장소가 광주일 뿐 대규모 국가사업이다.

이같은 기본구상이 시일이 흐르면서 많이 흐트러지더니 이제 핵심인 연구용지를 극히 일부만 남기고 모두 없애겠다는 한심한 발상까지 나오는 형국에 이르렀다.

河〓전국최고의 연구단지인 대전대덕은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생산시설인 파일럿 플랜트가 없다.

광주첨단단지는 산 (産).연 (硏) 협동을 촉진하기 위해 단지내에 생산현장을 갖춰 설계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연구기능이 우선하고 산업.주거기능이 뒤따라야 하며 주객 (主客) 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尹〓첨단단지가 광주를 과학기술 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시민들이 걸었던 기대를 짓밟아선 안된다.

연구용지를 주거용지로 바꾸는 단순한 문제로 볼 게 아니라 국가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宋〓첨단단지는 당초 과학기술처가 구상했고 산 (産).학 (學).연 (硏).주 (住) 의 복합 테크노폴리스로 방향이 잘 잡혔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의 손에 넘어가고 토지공사에 떠맡겨져 통상적인 공업단지 정도로 여겨지는등 본질에서 완전히 빗나갔다. 이제는 한국토지공사의 애물단지, 광주시의 숙제로 바뀐 실정인데 정부가 다시 추켜들어야 한다.

河〓전국 민간연구소 2천8백여개중 호남권에 있는 것은 3%에 불과할 만큼 연구부분의 지역불균형도 심각하다.

정부가 경제논리에만 맡기지만 말고 간접적으로라도 조정해서 첨단단지의 연구소 입주를 유도해야 한다.

첨단단지를 단기간에 완성하려 했다면 큰 착오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인내할줄 알아야 한다.

尹〓연구용지가 팔리지 않는다고 광주시마저 성급하게 용도전환에 동의해서는 안된다.

먼훗날 차라리 아껴둔 것만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차기정권의 몫으로 남겨놓는 방법도 있다.

새 정권이 국토균형개발정책을 펴면 첨단단지 활성화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힘들고 어려운 일이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오답 (誤答) 을 적지 말고 시간을 갖고 고민해보는 지혜를 가져보자는 뜻이다.

宋〓첨단단지가 이제라도 제 방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

일반 법규를 적용해 보통의 공단과 똑같이 취급하는한 기반시설비용의 국고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등 문제해결이 요원하다.

특별법에 근거해 추진됐더라면 정권이 바뀌고 담당자들이 갈리고 시일이 지나면서 시행주체마저 모호해지는가 하면 일관성도 잃어버리는 시행착오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尹〓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도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 반성할 여지가 많다.

광주시 첨단단지 담당기구가 일개 계 (係) 로 축소된 지 오래됐고 시장도 지방선거때 첨단단지 활성화를 공약했건만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고급 두뇌인력을 끌어들이자면 교육.환경등 여러 측면에서 특별한 배려를 해줘야 하는데 이 점도 미흡했던 것같다.

河〓1단계 개발은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2단계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당초의 목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5년여동안의 추진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잘못된 점은 중지를 모아 바로잡아야 한다.

2단계 사업에서 또다시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중간평가는 꼭 필요하다.

정리〓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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