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노사민정 대타협은 희망을 실제로 보여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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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노사민정(勞使民政) 대타협은 희망을 말이 아니라 실제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합의’를 발표한 노사민정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노동단체·시민단체·학계·종교계·경제단체 등 모두가 합심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대타협을 이뤄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번 대합의는 정부 주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과거에는 정부가 주도해서도 이런 일을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노총의 장석춘 위원장이 많은 애를 썼다. 한국노총이 이번에 보여준 대타협의 정신에서 변화의 기운을 읽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오늘부터 대타협이 실제로 전국에서, 현장에서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지금부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또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면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깨우쳐 주셨다. 기업인은 종업원을, 종업원은 회사를 사랑한다면 큰 힘이 되지 않겠느냐.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노동계에서 장석춘 위원장 등 3명, 재계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4명, 시민단체·종교계에서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비상대책위에 참여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영희 노동부 장관 등 5명과 청와대의 정정길 대통령실장, 윤진식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중 장석춘 위원장은 비상대책위 참여 배경과 관련, “어려울 때 사회적 대안세력으로 가는 방안을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한 뒤 “어제 선언한 내용을 전국 53개 한국노총 지부에 하달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석래 회장도 “외신에 ‘해고한다’는 의미의 ‘컷(cut)’이란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넘치는데 우리는 노사가 한 뜻으로 대졸 초임까지 줄여가며 고용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노사 합심이 위기 극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엄신형 회장도 “27일 오후 기독교 7대 종단 총회에서 이번 대타협 선언문을 낭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증현 장관은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한 기업의 근로자들에게는 삭감된 임금의 50%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 비상대책위를 이끈 이세중 대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 위기 극복의 대안을 마련한 것은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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