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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방학 이대로 좋은가] 서울시립대 로봇동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서울시립대생 이영삼 (李永三.19.전자전기공학부2) 씨는 올 여름방학중 친구들로부터 '폐인' 이란 별명을 얻었다.

방학내내 바닷바람 한번 쐬지않고 교내 이공학관 지하1층에 있는 3평 규모의 동아리방에서 작은 선풍기만 틀어놓은 채 마이크로로봇을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로봇을 제작하는 동아리 'ZETIN' 회원인 李씨는 "전공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마이크로로봇을 직접 만들어 다음달 서울대와 광운대가 각각 주최하는 마이크로로봇 경진대회에 참가하자는 욕심에 1학기중 기초자료를 준비했고 방학이 되자 학교와 집만 오가며 만들고 있다" 고 밝혔다.

李씨는 "1학년 여름.겨울방학 때도 거의 놀러가지 않고 선배들이 제작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켰봤는데 직접 해보니 할수록 재미있다" 고 말했다.

마이크로로봇은 스스로 장애물을 헤치고 미로 (迷路) 를 찾아가는 로봇. 李씨는 컴퓨터프로그램 작성부터 로봇 동체제작까지 직접 연구해 이달 중순초 겨우 기본모형을 만들었다.

"방학 내내 오전 10~11시쯤 집에서 동아리 사무실에 나와 연구.실험하고는 저녁 때는 집에서 책이나 컴퓨터 통신으로 관련 자료를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저녁값을 아껴 부품값 20여만원을 마련했는데 앞으로 10만원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 이 동아리에는 李씨와 같이 방학 내내 동아리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로봇과 씨름한 회원이 10여명에 이른다.

이 동아리 회원인 김응찬 (金應讚.21.제어계측공3) 씨는 "경진대회 2~3주를 앞두고는 몸을 혹사 하면서까지 밤을 꼬박 새우는 친구들이 많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고생에도 불구하고 로봇이 쉽게 제작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15일 오전10시쯤 李씨는 경진대회장의 4분의1 축소형 미로에서 로봇을 작동시켰으나 실패했다.

그럼에도 방학내내 흘린 땀의 대가는 예상외로 크다.

金씨는 "전공책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차례의 실패과정을 거치면서 인터넷.컴퓨터잡지등에서 구해 연구한 자료가 모두 전공에 관련된 것이니까 자연히 전공과목도 잘 알게 된다" 며 "동아리에서 열심인 10여명중 3분의 2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등 회원들의 성적이 우수하다" 고 밝혔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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