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몽세라트섬 화산폭발 … 주민떠나 무인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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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카리브해의 '작은 진주' 몽세라트섬이 죽음의 섬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규모 화산 폭발로 섬 전체가 용암과 화산재로 뒤덮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약 4백년간 잠자던 이 섬의 수프리에르 화산은 지난 95년 7월 활동을 재개하더니 지난주부터는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폭발하고 있다.

이미 1백평방㎞인 섬의 3분의2가 화산재로 덮인 가운데 주민들은 섬 북쪽끝에 긴급 대피해 있는 상황이다.

사망자도 20여명이나 생겼다.

이 섬을 통치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급기야 과학자들의 경고를 받아들여 주민 모두를 안티과.도미니카등 인근 섬으로 소개하기로 결정하고 해군 구축함을 급파했다.

카리브해의 낙원을 찾아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던 땅이 무인도로 전락할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이 섬에 남아있는 주민은 약 4천명. 원래 1만2천여명이 살고 있었지만 화산 때문에 최근 2년새 벌써 8천여명이 떠났다.

한편 섬을 떠나게 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슬픔도 그렇지만 영국 정부의 미온적인 보상조치에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긴급 보상금은 1인당 3천8백달러 (약 3백40만원) .주민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고향을 떠나는데 대한 보상이 고작 이 정도냐" 며 21일 철수를 거부하고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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