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종혁 부위원장 삼성전자 등 둘러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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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혁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右)이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SK텔레콤 홍보관을 방문해 조정남 부회장(左)과 화상전화를 시험해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15 공동선언 4주년 국제토론회 참가차 서울에 온 이종혁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16일 남한의 첨단기술을 살펴보는 현장학습에 나섰다.

전날 토론에서 '펜티엄 컴퓨터의 대북 반출 허용'을 주장해 눈길을 끈 이 부위원장은 오전 연세대 전자도서관과 서울방송(SBS) 목동 신사옥을 찾은 데 이어 오후에는 경기도 분당의 SK텔레콤과 수원의 삼성전자를 돌아보는 강행군을 했다.

전자도서관을 찾은 이 부위원장은 논문 검색 시스템과 전자도서에 관심을 보였다. 북측 원동연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도 "책을 스캔해서 자동으로 입력하는 시스템이 있느냐"고 물었다. "펜티엄 Ⅲ급을 쓸 텐데 1~2시간짜리 동영상을 다운받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북측의 질문에 도서관 관계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하자 원 부소장은 "우리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방송 메인뉴스 앵커석에 앉은 이종혁 부위원장은 "여기 앉으니 세상이 다 내려다 보인다. 나같이 나이 든 앵커는 없을 것"이라고 농담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북측 관계자들은 꼼꼼히 메모를 했고, 방송설비 등을 촬영하다 안전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SK텔레콤에서 이 부위원장은 "남에서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할 텐데 유럽식 통화방식인 GSM은 안 하는가"라고 물었고 조정남 부회장은 "GSM 단말기는 삼성전자가 노키아 다음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답했다. 또 휴대전화 게임서비스 설명을 듣고 "학생들 공부에 지장이 있겠다"고 말했다. 조정남 부회장의 회사소개가 이어지자 이 부위원장은 "자랑할 것은 다 자랑해 주십시오"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삼성전자에서 이 부위원장은 "삼성전자는 북에도 널리 알려진 기업으로 우리와 협력 가능성이 있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캠코더와 반도체 칩으로 만든 시계를 선물했다.

한편 6.15 선언 남북 공동행사인 우리민족대회는 16일 오전 6.15km의 단축마라톤을 끝으로 인천 문학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폐막식을 했다. 북측 행사 참가자 126명(해외동포 23명 포함)과 이종혁 부위원장 일행 7명은 17일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함께 평양으로 돌아간다.

이영종 기자,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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